시대를 풍미하던 플리츠가 다시 패션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공개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스틸컷에선 앤 해서웨이가 회색 플리츠 스커트를 입은 장면이 공개됐다. 럭셔리 패션하우스의 런웨이에서도 플리츠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패션 전문지들은 “플리츠 스커트는 이번 시즌의 필수품”이라고 분석했다. 플리츠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우아함을 넘어 신체에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패션 장치. 현대사회로 오면서 플리츠의 이런 강점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플리츠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디자이너는 단연 일본의 미야케 잇세이(1938~2022)다. 옷의 형태를 먼저 디자인한 뒤 프레스 기계로 여러 겹의 주름을 새기는 ‘가먼트 플리팅’을 고안한 인물이다. 이세이미야케의 시그니처인 ‘플리츠 플리즈’ 라인은 움직임이 자유로우면서도 구김이 잘 생기지 않아 예술성과 실용성을 모두 잡은 ‘패션 혁명’으로 평가받는다. ‘기술과 기계가 만들어 낸 자유’인 셈이다.반대로 기장이 긴 스커트나 드레스에 적용한 플리츠는 우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950년대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먼로의 하얀색 플리츠 원피스가 환풍구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영화와 패션계의 아이코닉한 장면으로 남았다. 이 밖에 여러 겹의 원단을 벌집처럼 엇갈리게 접는 ‘허니콤 플리츠’, 움직임에 따라 기품 있게 펼쳐지는 ‘아코디언 플리츠’, 가느다란 주름으로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크리스털 플리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 세계 패션 런웨이에서 플리츠가 다시 등장했다. 코스는 올해 초 그리스 아테네에서 공개한 ‘2025 S/S(봄·여름) 컬렉션’에서 플리츠 드레스를 선보였다. 가벼운 살구색 천에 새겨진 디테일한 주름 결이 물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끌로에는 이달 프랑스 파리패션위크 ‘2026 S/S 컬렉션’에서 면 포플린 천과 같은 일상적인 원단에 주름을 넣어 새로운 리듬을 보여줬다. 플리츠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가치소비가 부각되면서 소재 혁신이 활발하다. 프라다는 최근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리나일론’ 원사로 만든 롱 플리츠 스커트를 선보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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