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단비는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가까이하며 비전공자의 시선으로 무용을 관찰해왔다. 그는 "음악이나 미술에 비해 발레를 분석적으로 다룬 책이 국내에는 거의 없었다. 결국 내가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첫 저서의 탄생 배경을 전했다. 방송작가로 일하며 예술의 지속성과 시대정신을 고민하던 그는 "불멸하는 것은 결국 예술이었다"며 뒤늦게 전공자들 틈에서 춤을 배우고 20년 넘게 취미 발레를 이어오며 몸의 언어를 글로 옮기려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첫 번째 책이 발레 감상의 문학적 서문이었다면 <발레 파드되 클래스>는 실기와 이론을 아우르는 2인무의 사전이라 할 만하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출신 원자승(홍익대학교 교수) 씨와 협업해 발레 2인무의 호흡, 균형, 동선, 감정선 등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발레는 일상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쓰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비일상적인 동작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감정과 사고, 철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몸소 체험했고, 그 경험이 집필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번 책은 전공자를 위한 실기 교재에 가깝다. "파드되는 발레에서 가장 어려운 형식이에요. 두 사람이 일정 수준의 기술을 갖춰야 비로소 예술과 기술의 접합이 일어납니다. 주역 무용수로 오랫동안 활동해도 2인무 경험이 많지 않을 수 있죠." 각 장에는 동작별 연습 방법이 자세히 수록돼 있다. 손과 발의 위치, 시선, 호흡, 근육의 사용 등 세부 포인트가 풍부하게 담겼고, 완성된 자세는 사진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돈키호테',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고전 발레 속 대표적인 파드되 장면을 소개하며, 작품마다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집필에는 꼬박 2년이 걸렸다. "프로 무용수의 경험이 있었다면 더 풍부하게 쓸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은 시작점의 기록으로 삼고 싶어요. 다음에는 취미 발레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발레 테크닉 책을 구상 중입니다."
이단비는 한국 발레의 발전사를 돌아보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발레는 세계적인 무용수를 배출했지만, 교육법은 여전히 구전과 몸의 전승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식은 한 세대만 지나도 사라지기 쉽죠. 저는 기록의 힘을 믿습니다. 써야 전해질 수 있어요." 그는 이번 책이 전공생과 교육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에게 발레는 단순한 공연 예술이 아니다. 삶의 태도이자 수행의 과정이라고. "발레는 정답에 가까운 이상향이 있는 예술이에요. 신체를 확장하는 기술은 해부학적으로 정교하고 과학적이죠. 그 정확함에 닿기 위해 무용수들이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과정이 곧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그 부분을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단비는 발레를 '끊임없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예술'로 정의한다. "무용수가 정점에 오르는 순간, 동시에 몸의 노화가 찾아와요. 요정에서 사람으로 내려오는 자각의 과정은 인간의 탄생과 죽음과도 유사하죠." <발레 파드되 클래스>는 그가 몸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써 내려간 예술의 생생한 기록의 무대다.
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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