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전, 야인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구 서계동의 한 달동네를 찾았다. 당시 박원순 시장이 추진하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박 전 시장은 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부작용을 막겠다며 2014년부터 노후 주거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오 시장이 방문한 서계동도 한때 뉴타운이었으나 박 전 시장에 의해 구역이 해제된 뒤 도시재생 사업이 시행됐다.좁고 가파른 경사로를 한참 올라가자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한 인근 노후 주택과 어울리지 않게 깔끔한 외관의 건물이 나타났다. 마을 카페로 재탄생한 이 건물은 공연·전시장, 공유주방 등의 용도로 지어진 다른 두 건물과 함께 도시재생 거점시설로 탈바꿈돼 있었다. 낙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공 사례를 확산하려는 취지였다.
오 시장의 예상대로 이곳은 개장 3년여 만에 폐업했다. 노후 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느라 투입된 시민 세금도 허공 속 연기처럼 사라졌다. 시가 서계동을 비롯해 서울역 주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들인 예산만 1000억여원에 달한다. 현재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은 총 52곳으로, 지난해 추가된 김포공항과 남산 일대를 제외하면 모두 박 전 시장 임기 때 지정됐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민간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에 맡긴 점도 패착으로 꼽힌다. 주민 참여와 공익성을 높이려는 취지였겠지만 수익을 창출하려는 유인과 전문적인 경영 역량이 부재했다. 착한 의도만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수 없다. 공공은 인프라와 기반을 정비하고, 운영은 민간 영리법인에 맡겨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 시장이 이런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센티브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2031년까지 ‘한강벨트’ 20만 가구를 포함해 총 31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비현실적인 이상에서 벗어나 신통기획과 모아타운이 가져올 미래 서울 주거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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