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홍콩 부동산중개업체 미들랜드리얼티에 따르면 올해 9월 홍콩의 주택 임대료는 2023년 대비 14.9% 올랐다. 홍콩 신용평가부의 임대지수는 8월 기준 198.7로, 2019년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200.1)에 불과 1.4포인트 차이로 근접했다.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1.12% 상승을 기록했다.임대 수익률도 높다. 홍콩 주요 10대 주택단지 중 절반이 임대수익률 4%를 넘어섰다. 홍콩의 최대 규모 민간 주택 단지인 메이푸순천이 4.23%로 가장 높았고, 람틴 지역 내 대규모 주택 단지 라구나시티가 4.22%로 뒤를 이었다. 왐포아가든, 시티원사틴, 포람메트로시티 등도 4% 초반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해외 인재 유입 정책이 임대시장 회복의 핵심 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정부는 2023년부터 ‘톱 탤런트 패스 제도’(TTPS)를 시행해 고급 인력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제도 시행 3년 만에 약 22만 명의 신청자가 가족과 함께 홍콩에 입국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주택을 바로 구매하지 않고 임차부터 시작한다. 노리 리 JLL 홍콩 프로젝트전략·컨설팅 부문 시니어 디렉터는 “최근 정부 조사에 따르면 TTPS 보유자의 70%가 민간 주택을 임차해 거주하고 있다”며 “이들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약 1만2000가구의 순임대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TPS 보유자 중 홍콩 내 주택을 구매한 사례는 13%에 불과하다.
외국인 유학생 증가도 임대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학생 기숙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캠퍼스 인근 민간 임대주택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량자후이(梁家輝)도 최근 케네디타운에 있는 ‘더 세일 앳 빅토리아’의 약 46㎡ 규모 2베드룸 아파트를 월세 2만7500홍콩달러(약 502만원)에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니 샴 미들랜드리얼티 애널리스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와 예금 금리 하락으로 자본이 홍콩으로 유입되는 환경이 유지될 것”이라며 “높은 임대수익률이 장기 투자자들의 임대용 부동산 매입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분석가 레이먼드 청은 내년 임대료가 추가로 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치솟는 임대료로 주거 불평등 문제가 심화하자 홍콩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가구를 여러 개의 작은 공간으로 쪼개 임대하는 이른바 ‘방 쪼개기’ 형태가 난립해서다. 이에 홍콩 입법회는 ‘분할아파트 규제법안’을 통과시켜 정부가 정한 최소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새 법은 최소 면적 86제곱피트(약 8㎡) 이상, 창문 설치, 가구별 화장실을 의무화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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