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소싱은 구매 담당자(MD)들이 산지에서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상품을 들여오는 방식이다. 불황형 소비 트렌드 확산 속에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여 상품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소싱 능력이 유통업체의 상품 기획력과 유통 파워를 보여주는 잣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소,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은 산지 작황과 조업량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대표적 품목이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국산 농수산물의 ‘보완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7월 말 칠레 푸에르토몬트의 연어 양식장 두 곳과 연간 1000여t 규모 연어 원물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환율 여파로 연어 수입 가격은 4월을 제외하고 매달 상승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연어를 국제 시세보다 15% 낮은 가격에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롯데마트가 2020년부터 베트남에서 연간 2000t 넘게 직수입하는 ‘B750 바나나’는 국내 바나나 수입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필리핀산보다 10% 이상 싸다.
이마트는 최근 수년 새 기후변화와 작황 부진으로 사과 등 국내산 과일 가격이 치솟자 미국 캘리포니아산 고당도 오렌지 직소싱 비중을 종전 50%에서 80% 이상으로 늘렸다. 페루산 딸기, 칠레산 블루베리 등도 잇달아 발굴했다. 올 들어 국산 대형 고등어 가격이 급등하자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자반고등어 상품으로 기획해 판매하기도 했다.
유통업체가 저가 상품을 소싱하려면 현지 대규모 생산자와 손을 잡고 가격을 낮추는 협상력이 중요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대형 패커(packer)와 계약을 맺어 수입 농산물의 판매 가격을 낮추고 있다. 패커는 과일이나 채소 상품의 생산은 물론 선별·포장 작업, 수출 선적 단계까지 책임지는 업체다. 이마트가 2008년부터 체리를 들여오는 미국 스테밀트는 연 매출 8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의 미국 내 최대 체리 패커다. 이마트 관계자는 “농수산물 해외 소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품질 관리인데, 대형 패커와 직거래하면 농산물 품질을 생산 단계부터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가 해외 직소싱에 사활을 거는 것은 ‘삼겹살 10원 전쟁’ 같은 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늘면서 외국에서 직접 맛보거나 구매 경험이 있는 제품을 찾는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더욱 다양한 외국 상품을 매장 진열대에 올리는 것이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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