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당 투자는 단순히 배당금을 받는 행위를 넘어 경기 변동이 심한 시기에 현금흐름을 꾸준히 확보하며 불확실성을 줄이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형태의 배당 투자는 개별 종목의 실적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군에 투자하는 투자 전략 중 하나로 과거 배당주 투자 ETF는 대안적 투자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자산의 방어력과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핵심 자산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배당 ETF 순자산이 6조에 육박하며 주주 환원 정책 강화와 더불어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거시경제 상황 또한 배당 투자에 우호적이다. 미국의 고용 데이터 하향 수정 이후 향후 경기에 대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25bp 금리 인하를 했으며, 현재 금융 시장의 컨센서스를 보면 미국은 연내 2회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 또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어 배당 투자와 그 배당에 투자하는 ETF 투자 전략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조적 안정성, 미국 배당주 ETF 시장
미국 ETF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숙된 시장이다. 2025년 미국 상장 ETF의 운용자산(AUM)은 전 세계 ETF 시장 규모 18.54조 달러 중 78%에 해당하는 약 12.78조 달러의 압도적인 규모다.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형 배당 ETF가 상장돼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체계적인 배당 투자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0년대 초 미국 주식 시장이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초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구조화되면서 투자자들은 성장보다 현금흐름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당 투자 ETF는 안정적 배당수익과 시장 변동성 완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투자 수단으로 부상했다.

특히 2006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구성 종목 내 배당 지급 기업의 비중이 급증하면서 ETF 산업의 성장축이 배당 전략으로 옮겨 갔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배당주 ETF가 2010년대 이후 출시된 반면 미국 배당주 ETF는 2003년 최초 고배당 ETF DVY 등장 이후 20년 가까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06년 VYM, 2011년 HDV가 출시되며 이 시기의 고배당 ETF는 방어형 자산으로 인기가 급등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단순한 고배당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지속적 배당성장률과 기업 퀄리티 중심 전략으로 진화하며 SCHD, VIG 등 배당성장 ETF가 급성장했고 고배당과 배당성장 두 축이 미국 배당 ETF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미국 시장에는 10년 이상 배당을 증액한 기업이 398개, 50년 이상 배당을 증액한 기업이 53개, 25년 이상 배당을 증액한 기업이 68개에 달한다. 이러한 기업들 중심으로 기초자산을 구성해 분산투자를 제공하므로 배당주 ETF의 장기 안정성과 신뢰가 가능했던 것이다. 62년간 배당을 증액한 배당왕의 대표주자인 코카콜라는 다수의 주요 배당주 ETF에 편입돼 있다.
고배당 ETF와 배당성장 ETF로 구분

미국 배당주 ETF는 현재의 배당수익률만 고려하는 고배당 ETF와 장기 복리 구조에서 자본 이득과 배당 증가를 추구하는 배당성장 ETF로 분류할 수 있다. 단순히 배당이 높은지 또는 꾸준한지의 차원이 아니라 지수의 구성 규칙, 편입 기준, 배당 정책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표 고배당 ETF로는 VYM과 HDV를, 배당성장 ETF로는 VIG와 SCHD를 들 수 있다. VYM은 높은 배당수익률 종목 중심으로 약 580개의 광범위한 배당주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상위 10 보유 비중 약 26.13%로 가치지향 배당주 중심이며 소비재, 금융, 산업재 비중이 높다. 배당수익률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가장 분산된 배당 ETF 중 하나로 유동성이 우수하다.

HDV는 배당수익률이 높고 재무 안정성이 검증된 기업 중심으로 약 70~80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위 종목 중심으로 배당 안정성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배당 안정성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종목 수가 제한돼 개별 종목 리스크에 민감할 수 있다.
VIG는 가장 대표적인 미국 배당성장 ETF다. 지속 가능한 배당성장률과 안정적 이익 구조를 중시하고 약 300종 이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SCHD보다 분산도가 높다.
SCHD 투자 전략은 고배당, 배당성장성, 재무 건전성 기준을 동시에 고려하며, 약 100여 개 내외 종목으로 구성돼 있고, 최근 배당수익률은 약 3.9%다. 상위 10개 종목 비중은 대략 약 40% 전후 수준이며, 퀄러티 성장 배당을 강조하고 균형 잡힌 수익성과 안정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 정책 변화가 만든 배당의 재발견
한국 배당주 ETF 시장에 이전에 없던 폭발적 자금 유입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배당주 ETF 자금은 거의 대부분 ‘해외(미국)’ 배당주(미국 배당다우존스)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올해는 국내와 해외가 역전됐다. 9월까지 배당주 ETF로 유입된 자금 5조 원 중 60%가 넘는 3.3조 원이 국내 배당주 ETF로 유입됐다. 지금과 같은 성장 추세라면 조만간 한국 배당주 ETF 규모가 미국 배당주 ETF를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정책적으로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점이 폭발적 자금 유입의 주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배당성향 제고, 자사주 소각 활성화 등을 독려하고 있는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2025년 세재개편안)에서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됐다. 전년 대비 현금 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기업 중 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 증가를 만족하는 기업에서 받는 배당의 경우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분리과세 혜택을 주며, 세율은 연간 배당금이 2000만 원 이하일 때 14%(지방세 10% 포함 15.4%) 2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일 때 20%(22%), 3억 원을 초과할 때 35%(38.5%)를 적용하는 것이 정부안이다.

부자 감세 논란으로 최고 세율 구간이 당초 안보다 인상된 점과, 당장 올해는 분리과세를 적용받는 기업이 없다는 점, 그리고 향후 기한 연장이 논의될 수는 있지만 당장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2027년에 받는 2026년 사업연도 귀속 배당)부터 분리과세를 적용받기 위해 배당성향을 올리거나 배당금을 늘릴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내 기업 배당성향은 선진국과 신흥국 통틀어서 글로벌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제도를 통해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
과거 2015년에도 유사한 취지의 배당소득 증대 세제가 시행됐는데 당시 정책 기간 동안 실제 현금 배당 규모가 연속적으로 증가한 바 있어, 아직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그 방향성만으로도 한국 배당 투자 ETF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국내 대표 고배당주 ETF인 ‘PLUS고배당주’는 국내 배당 ETF 중 최대 규모로 FnGuide 배당주 지수를 기초로 해 유동시가총액 상위 200종목 중 예상 배당수익률 상위 30종목을 선별해 투자한다. 우리금융지주, 현대차, 기업은행, DB손해보험 등이 주요 편입 종목이다. 금융 비중이 53.34%이며, 2024년 5월 분기 분배에서 월 분배로 전환했다.
‘Tiger은행 고배당 플러스 TOP10’은 이름 그대로 은행업 중심 톱10 종목에 집중투자하며 은행 섹터의 배당성향 확대 수혜를 직접 반영한다. 은행 섹터의 높은 비중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나, 섹터 집중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Tiger 코리아 배당다우존스’는 미국 대표 배당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의 방법론을 한국 주식 시장에 적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ETF다. 구성 종목 내 금융 비중이 약 50%에 달하며, 2025년 5월 상장 이후 빠른 자금 유입으로 순자산 5000억 대를 단기간에 달성했다.
‘Tiger 배당성장’은 대표적인 배당성장형 ETF이며, 배당의 절대 수준보다는 배당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과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배당성장 ETF 중 증권업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배당주 ETF 투자 시 유의점은
미국 배당주 ETF는 안정성과 현금흐름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투자 구조와 세제, 금리, 섹터 리스크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미국 배당 ETF는 분기 배당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기업 실적, 환율, 세제 변화 등에 따라 분기별 분배금이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에너지, 금융 섹터 비중이 큰 ETF의 경우 배당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므로 배당락일과 지급일을 확인한 후 배당락일 주가 변동, 해외 배당과세,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분배금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최근 VIG, DGRO 등 배당성장형 ETF가 자금 유입을 주도했지만 배당성장형은 성장주의 한 형태이므로 금리 변동과 밸류에이션 등을 병행 모니터링해야 한다.
국내 상장 한국 배당주 ETF는 미국 ETF와는 다른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ETF가 최근 배당 기준으로만 구성되는지와 지속 배당 이력을 반영하는지 확인하고, 특히 은행·보험주 비중이 전체 구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ETF는 경기 및 금리 사이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특정 시기에 ETF 전체 수익률의 변동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국내 고배당 ETF는 다양한 운용사에서 출시됐지만 운용 규모와 유동성 차이가 크므로 반드시 거래량 및 총보수 등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배당주 ETF에 투자 시에는 배당의 질에 주목하면서 장기 보유, 분할매수, 미국과 한국 배당주 ETF를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조합을 함으로써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성과 장기 성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선미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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