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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그림자’…제롬 파월의 금리 전쟁

입력 2025-11-03 13:58   수정 2025-11-10 08:11

[스페셜] 금리 인하 딜레마



지난 10월 14일, 월스트리트에 한 권의 책이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CNBC 앵커인 앤드루 로스 소킨의 <1929: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대 붕괴의 내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한 국가를 산산조각냈는가(1929: Inside the Greatest Crash in Wall Street History – and How It Shattered a Nation)>.

역사상 가장 유명한 주식 시장 붕괴를 거의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나온 이 책은, 출간 즉시 월가의 트레이더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즉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월가를 뒤흔든 한 권의 책

소킨은 출간 이후 공개된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오늘날의 월스트리트는 1929년 시장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확신합니다. 불행히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폭락을 경험할 것입니다.” 그는 단지 언제, 얼마나 깊이 떨어질지 모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약 100년 전인 1929년을 비춰 오늘의 자본시장을 조망한다. 당시 시장은 만연한 탐욕과 투기로 들끓었다. 위험을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이 새로운 개념이었던 신용, 즉 마진을 활용한 투자에 뛰어들었다. 주식 가격의 10%만 내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빌리는 방식이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과 도덕적 규범에 따라 신용이나 빚을 지지 않았다. 그것이 바뀐 것은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시작하면서였다. 우후죽순 생기는 자동차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GM은 지금은 일반화된 ‘파이낸싱’을 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빚을 내 차를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행가들이 이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킨은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은 민주화, 접근성 확대라는 깃발 아래 포장됐다”고 말했다. “좋은 시절에, 주가가 오를 때는 공짜 돈처럼 느껴집니다. 나쁜 시절에는,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하죠. 아주 나쁜 방식으로.”

워싱턴 DC 컨스티튜션 애비뉴에 위치한 미국 중앙은행(Fed) 본부. 제롬 파월 의장의 책상 위에 소킨의 책이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1929년 월스트리트의 흑백 사진이 인쇄돼 있다.



파월이 마주한 1929년의 그림자

파월은 그 책을 펼치지 않았다. 펼칠 필요가 없었다. 소킨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책을 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이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와 깊은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50bp 빅컷이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그가 원했던 시장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10년물 국채 금리는 3.6%대에서 4.15%를 향해 치솟았고, 20년물과 30년물은 4.7%를 훌쩍 넘어섰다.




파월 의장의 더 큰 고민은 따로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이 일제히 주식 밸류에이션에 경고를 보내는 상황에서, 자신도 9월에 시장이 ‘고평가 상태’라고 언급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소킨은 <1929> 책에서 “1929년 이후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규제, 기관들이 이제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칙은 덜 엄격해졌고, 소비자보호국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내일 당장 절벽에서 떨어진다는 게 아닙니다”라고 소킨은 말했다. “문제는 오늘날 시장에 투기가 있고, 오늘날 시장에 부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가드레일이 벗겨지는 배경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월 의장도 ‘가드레일의 제거’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무력함을 느끼는 지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유층만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에 투자할 수 있었던 규제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은퇴연금인 401(k)를 더 위험한 사모펀드 투자에 개방할 것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기회가 있다”고 핑크 CEO는 말했다. 모두 ‘투자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규제가 없어지고 있다.

데자뷔로 느껴질 수 있는 순간이다. 1929년 널리 퍼진 ‘금융의 민주화’의 결과는 대공황이었다.



암호화폐, 그리고 금리의 역설

암호화폐에 관한 것도 파월 의장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한때 비트코인을 ‘돈세탁자와 도둑의 영역’이라고 불렀던 핑크 CEO조차 이제는 암호화폐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를 원하고 있다. 핑크 CEO는 “암호화폐는 대안으로서의 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소킨은 밈코인 같은 일부 암호화폐 상품들이 1929년과 유사한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기꾼들이 암호화폐의 가치를 급등시켰다가 폭락시키는 방식이다. 소킨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핑크 CEO가 2025년 1월, 소킨이 진행한 CNBC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농담으로 “소킨 코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후 누군가가 실제로 소킨 코인을 만들었고 그 소킨 코인은 순식간에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됐다. 하루 동안 1억 7000만 달러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2025년. 농담이 2시간 만에 1억7000만 달러의 자산이 되는 세상이다. 평범한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떠안고 있다.

파월은 Fed 의장으로서 전임자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합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Fed 전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과 싸웠고, 앨런 그린스펀은 닷컴 버블을 목격했으며, 벤 버냉키는 금융위기를 수습했고, 재닛 옐런은 정상화 과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1929년식 버블과 자산 과열, 비은행 리스크, 정치적 압박, 재정 위기, 글로벌 파급 효과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드레일이 제거되는’ 상황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는 재정 적자를 확대시킬 것이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성장 둔화로 정부 소득이 줄어든다. 셧다운이 해결돼도 민주당과의 타협 과정에서 복지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

시장은 이것을 보고 있다.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장기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춤을 춘다.

파월 의장은 9월 FOMC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고평가 상태”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고다. 더 강하게 말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1929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멈춰야 합니다”라고 말이다. 그는 중앙은행의 의장이다. 그의 말 한마디가 수조 달러의 자산 가치를 움직인다. 그는 경고할 수도, 침묵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자산 버블도 1929년의 데자뷔일까

파월 의장의 고민은 1929년보다 더 복잡하다. 당시에는 은행이 주요 금융기관이었고, Fed는 은행을 통제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Fed 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국채 시장이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10년물 국채 금리 4.15%, 30년물 4.7%. 자신이 기준금리를 50bp를 인하했는데 장기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파월 의장은 재무부와 논의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는 재정 적자를 확대시킬 것이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성장 둔화로 정부 소득이 줄어든다. 셧다운이 해결돼도 민주당과의 타협 과정에서 복지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부채 문제는 악화된다.

파월 의장은 숫자를 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로 늘어날 재정 적자를 일부 상쇄할 수는 있어도, 기존의 거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관세로 타격받은 농가 지원,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시장은 이것을 보고 있다.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파월이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장기 금리는 오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보낸 메시지가 파월 의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제롬, 우리는 헤지펀드와 크레디트펀드에서 커지는 리스크를 주시해야 합니다. 그들은 은행처럼 규제받지 않으면서 은행처럼 행동합니다.”

SEC 규제는 완화되고, 소비자보호국은 약화되고,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레버리지를 확대한다. 10월 FOMC 의사록을 준비하면서 파월 의장은 단기 금융 시장 브리핑 부분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지급준비금이 내년 3월 2.8조 달러까지 줄어든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에서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로 선출된 직후 일본 30년물과 40년물 금리가 3.3%를 넘어서며 2000년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국채가 10bp 충격을 받으면 미국, 독일, 영국의 국채 수익률이 2~3b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금리 시장은 연결돼 있다. 일본이 흔들리면 미국도 흔들린다.

하지만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일본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고, 이것이 일본 장기 금리를 끌어올려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고 압박했다. 글로벌 통화 정책의 공조가 무너지고 있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면서, 그 파급 효과가 미국으로 돌아온다.

더욱 불길한 신호는 금 가격이었다.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초 2800달러였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상승이다. 파월 의장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금은 더 강하게 오른다. 이것은 투자자들이 종이 화폐 전체를 불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달러가 다른 통화들보다 강할 수는 있지만, 종이 화폐 자체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1929년에는 없던 문제다. 당시에는 은행이 무너지면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다. 지금은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무너져도 은행 시스템은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자산 시장은 폭락할 것이다. 그리고 소킨이 1929년에 대해 쓴 것처럼, 자산 시장 폭락은 레버리지 청산을 촉발하고, 유동성이 마르고,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파월 의장은 자신의 전임자들이 누렸던 특권을 잃어 가고 있다. 볼커, 그린스펀, 버냉키, 옐런 시대에는 위기가 오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으로 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Fed의 통화 정책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

트럼프 태풍, 그리고 사라지는 가드레일

파월 의장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소킨이 경고한 바로 그것, ‘가드레일의 제거’가 정치적 압력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투자 민주화’를 내세우며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었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려 한다. 401(k) 같은 은퇴연금을 더 위험한 사모펀드 투자에 개방하려 한다.

핑크 CEO는 “AI나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기회”라고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규제를 바꾸고 있다. 핑크 CEO는 심지어 암호화폐까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를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1기 때의 기억이 파월 의장에게는 생생하다. “파월은 Fed 역사상 최악의 의장이다”, “금리를 왜 안 내리느냐.”

하지만 2기 트럼프는 더 위험하다. 이제 그는 의회를 건너뛰고 직접 기업들을 압박한다. 애플에 1000억 달러 투자를 강요하고, 엔비디아에 대중국 칩 판매를 할당하며, 행정명령을 남발한다. 미국이 미국인 이유였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중앙은행이 될 수 있다.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명령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론을 통해, 시장을 통해, 정치적 압박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파월 의장에게 또 다른 악몽이다.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월마트 CEO가 경고했다. “재고를 보충할 때마다 매주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매 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자체 흡수했지만, 그들도 한계에 도달했다. 곧 가격을 올릴 것이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할까.

FOMC 내부도 혼란스럽다. 균열은 단순히 금리 수준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더 근본적인 경제관의 차이가 크다. 한쪽은 AI와 기술 혁신이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다른 쪽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위층의 소비가 과열되고 있으며, 이것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든다고 우려했다.

1990년대 후반 그린스펀도 같은 질문을 했다. 인터넷이 생산성을 높여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버블로 이어졌다.

파월 의장은 항상 ‘데이터 의존적’ 정책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 데이터들은 서로 모순된 신호를 보낸다. 고용 데이터는 애매하고, 물가 데이터는 혼재돼 있으며, 성장 데이터는 K자형이다. “어떤 데이터를 믿어야 하나.”

더 혼란스러운 것은 파월 의장의 직관과 데이터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경제가 아직 견조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직관은 ‘이게 아니다’라는 것을 경고한다.

파월 의장은 2007년을 떠올린다. 당시에도 데이터는 괜찮았다. 하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커지고 있었다. 버냉키조차 그것을 미리 보지 못했다.

BofA 마이클 하트넷의 경고

‘버블’을 경고한 것은 소킨만이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전략가는 2025년 9월 말 발표한 주간 시장 분석 리포트를 통해 “현재 시장이 거품 징후를 뚜렷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트넷 수석전략가는 주가 움직임, 주식 밸류에이션, 포트폴리오 집중도, 시장 투기 수준이 모두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신호 역시 경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운용하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거래 법칙에 따르면 4주간 주식과 하이일드 채권 유입액이 운용자산의 1%를 넘으면 매도 시점으로 판단한다. 최근 4주 유입률은 0.9%로 이 기준에 거의 도달한 상태다.

하트넷 수석전략가는 지난 5개월간 S&P500의 월간 최저점이 매달 첫 거래일에 기록됐다는 점도 주목했다. 이는 대공황 직전인 1928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이른바 2차 산업혁명으로 금융 시장이 열광의 한가운데에 있던 ‘광란의 20년대(Roaring 20's)’ 버블이 절정에 있던 시점이다.

BofA에 따르면 최근 3주간 글로벌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로 1520억 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일반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며 안전자산 배분처로 여겨지는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은 S&P500 시가총액의 13%에 불과해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트넷 수석전략가의 주장은 단순하다. 현재 시장의 구조는 과거 버블과 유사한 모습을 모두 보이고 있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 그의 논리는 버블은 결국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붕괴한다는 것이다. 실제 1929년 대공황 이전 Fed의 금리 인상과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전의 긴축 사이클, 2008년 금융위기에 앞선 금리 정상화 과정이 같은 패턴을 따랐다.

하지만 역사는 더 복잡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 실제 시장의 급격한 붕괴는 Fed가 긴축을 멈춘 뒤,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순간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경우에서 목격됐으며 시장의 본격적인 폭락세는 Fed가 신용경색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K자형 회복이 심화되고 저소득층 경제가 약화되는 가운데 고용 시장은 빠르게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 관세로 인해 물가는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금리 인하는 불안한 시그널이다. 금리 인하에도 만약 향후 몇 개월 내 고용 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거나 소비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면 Fed의 금리 인하는 예방적 성격에서 방어적 성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선택은 살얼음판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달러 패권과 금의 경고

파월 의장은 기축통화 발행국 중앙은행 총재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 그의 결정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달러 인덱스가 98을 넘어섰다. 하지만 동시에 금 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섰다. 달러가 다른 통화들보다 강해도, 종이 화폐 전체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은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종이 화폐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그 종이 화폐의 왕이 달러였다. 하지만 지금 투자자들은 다시 금으로 돌아가고 있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한다. 상하이 금 거래소는 전 세계 금 수탁 업무를 맡겠다고 나섰다. 블록화된 세상에서 달러의 지위는 흔들린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들을 압박한다.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기업채 시장에서 부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929년 폭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 세계로 파급됐다. 대공황은 세계를 집어삼켰다. 1929년도 미국의 문제로 시작했지만 전 세계의 재앙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Fed의 법적 의무는 미국의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신흥국이 무너지면 미국도 영향을 받는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그랬듯이.



파월의 전쟁은 계속된다. 그리고 소킨의 경고는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폭락이 온다. 언제, 얼마나 깊이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온다.”

“나는 확신합니다. 불행히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폭락을 경험할 것입니다. 나는 단지 언제, 얼마나 깊이 떨어질지 말할 수 없을 뿐입니다.” - 앤드루 로스 소킨, 2025년 10월

“중앙은행 총재의 일은 파티가 한창일 때 펀치볼을 치우는 것이다.” -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전 Fed 의장

2025년의 제롬 파월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펀치볼을 치우려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더 큰 펀치볼을 가져온다. 가드레일은 제거되고, 투기는 확산되며, 1929년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이것이 2026년 맞이할,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책임지고 겪어야 할 경제 상황일지 모른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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