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사모신용 시장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 중이다.
파산한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 브랜즈에 사모신용을 제공한 제프리스 주가가 16일(현지시간) 10% 이상 급락했다. 또 10월 들어 25% 이상 하락하면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 중이다.
제프리스는 자회사 ‘포인트 보니타 캐피탈’을 통해 퍼스트 브랜즈가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에 물건을 납품하고 받아야 할 외상대금(매출채권)을 미리 사주는 ‘팩토링’ 사업을 운영하며 현금 흐름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는 퍼스트 브랜즈가 당장 필요한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 핵심 자금줄이었으나, 퍼스트 브랜즈가 이 외상대금을 제프리스에 넘기지 않고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현재 파산 법원에서는 퍼스트 브랜즈가 이 자금을 유용했는지, 혹은 동일한 매출채권을 여러 금융사에 판매하는 이중 사기를 저질렀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에는 바로 사모신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신용이란 은행이 아닌 금융 주체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조달해주는 것이다. 은행 대출보다 더 빠르고 유연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제프리스의 자회사가 퍼스트 브랜즈의 매출채권이라는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자금을 조달해 준 ‘팩토링’이 바로 사모신용의 대표적인 형태다.
은행은 엄격한 규제 아래 대출을 심사하지만, 사모신용 시장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투명성이 낮을 수 있다. 제프리스의 사례는 사모신용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인 담보 자산에 대한 사기 및 부실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다. 믿었던 담보(매출채권)가 사실은 부실했거나, 퍼스트 브랜즈가 이를 이중으로 판매하는 사기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프리스는 돈을 떼일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페이브 파이낸스의 피터 코리는 “사모신용시장은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에 정확한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른 채 거대한 공포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웨스턴 얼라이언스가 “한 대출자가 사기를 저질렀다”고 밝히면서 투자자 불안을 더욱 키웠다.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여전히 연간 실적 가이던스와 2025년 전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장에는 충격을 줬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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