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이혼숙려캠프' 촬영 중 출연자가 뇌전증으로 쓰러지면서 119가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지난 16일 방송된 JTBC 예능 '이혼숙려캠프'에서는 결혼 7년 차 부부가 출연해 심각한 갈등과 폭력 상황을 털어놨다.
아내는 19세에 결혼해 사귄 지 11일 만에 첫째를 임신했고, 현재 7세·5세·3세·생후 6개월 된 네 자녀를 양육 중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갈등과 육아 스트레스로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는 "남편은 밖에서는 천사 같은 남편이지만 집에서는 다른 사람이다"라며 "첫째를 낳고 제왕절개 수술 부위를 가방으로 맞았다. 그때 너무 아팠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달에 4~5회 남편의 폭행이 있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촬영 중 아내는 "뇌전증 전조 증상이 있어서 아이들을 잠시 봐주실 수 있냐"고 제작진에 요청한 뒤, 갑작스러운 증세로 다급히 약을 복용했다. 야간 근무 중이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막 배배 꼬인다. 식은땀 나고 몸이 이상하다"고 호소했지만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집안에 설치된 관찰 카메라에는 아내의 뇌전증 증상이 발현되는 장면이 그대로 포착됐다. 이를 지켜본 첫째 딸은 "엄마, 괜찮아?"라며 울먹이다가 "엄마 죽지 마. 우리 엄마"라고 오열했다.

제작진은 즉시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들이 출동해 응급 처치를 진행했다. 현장에 있던 제작진은 아이들을 향해 "엄마 안 죽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괜찮다"고 달랬다.
이후 남편은 아내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냐"며 "상사에게 아내가 뇌전증이 와서 가봐야 하겠다고 했는데 못 보내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게 말이냐. 죽든지 상관 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련으로는 안 죽는다. 모든 환자가 혓바닥 말려서 죽냐. 네 증상은 약간 정신병인 것도 있다"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한편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방전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경련이나 의식 소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질환으로, 흔히 '간질'로 불려왔다.
뇌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 외에도 교통사고나 분만 중 뇌손상, 뇌염·수막염 후유증, 뇌종양, 뇌혈관 기형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상당수는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1981년 국제뇌전증기구(ILAE)는 발작 양상에 따라 뇌전증을 부분발작, 전신발작, 기타 발작으로 분류했다. 부분발작은 대뇌피질의 일부에서 발생해 한쪽 팔·다리의 경련, 이상감각, 자율신경계 증상, 또는 짧은 멍한 상태로 나타난다.
전신발작은 대뇌 양쪽에서 동시에 시작되며 의식 소실, 전신 경련, 청색증 등이 동반된다. 흔히 '대발작'이라 불리는 전신긴장간대발작 외에도, 몇 초간 멍해지는 결신(소발작), 갑작스러운 근육 수축이 나타나는 간대성근경련발작, 근육 긴장이 풀려 쓰러지는 무긴장발작 등이 있다.
최근 의료계는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응급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발작 환자를 목격했을 때는 심폐소생술보다 기도 확보가 우선이다. 환자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하고, 주변의 위험 물건을 치워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손가락을 억지로 벌이거나 입안에 물건을 넣는 행동은 기도 폐색이나 치아 손상 위험이 있어 금물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조절 가능한 질환"이라며 "전체 환자의 약 3분의 2는 약물 치료로 발작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일부는 완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약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발작 유형에 따라 뇌 수술이나 케톤 식이요법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뇌전증 발작 자체가 주변 사람에게 전염되거나 위험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환자가 쓰러질 때 2차 외상을 입지 않도록 주변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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