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으로 외국인의 한국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수도권에 묶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일상을 따라하는 여행 트렌드까지 등장했지만 지역으로 분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 여행을 서울 여행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지역 교통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17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객은 123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코로나19 이전(2019년)을 이미 넘어선 수치(107.9%)다. 업계에서는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연내 2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정부 목표는 2030년 방한 관광객 '3000만명'이다.
그러나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목적지가 수도권에만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방한객 대부분이 인천·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수도권에 머물다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래객 방문 지역 비율은 서울이 78.4%로 압도적인 1위다. 이어 부산(16.2%), 경기(10%), 제주(9.9%), 인천(6.3%), 강원(4.9%)에 이어 나머지 지역 방문 비율은 1%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자칫 방한여행이 서울 관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이러한 인식이 확산하면 재방문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로 세운 2030년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준비하려면 지역관광 활성화를 통해 더 오래 체류하고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은 한국관광공사 안내교통팀장은 한국교통연구원 월간 학술지 '교통' 최신 호 기고글을 통해 "외래객 관광의 지방관광 활성화를 저해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지방 교통체계 미흡이 자주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외래관광객은 내국인보다 더 끊김 없는 교통 서비스를 요구한다"며 "출발지와 관광지 주변 지역까지 이동하는 지역 간 교통, 결절지에서 관광지까지 이동하는 지역-자원 간 교통, 그리고 관광자원 간의 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래 관광객의 관점에서 지방의 관광교통 체계는 접근성 측면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며 "수도권과 경상권 외에 강원, 충청, 전라권 등 다른 지역으로 외래 관광객의 분산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철도 회사의 협업을 기반으로 다구간 이용권을 제공하는 한편 축제와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관광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통합 패스·할인권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야놀자리서치도 일본의 지역관광 활성화 전략에 주목, 지방 교통 인프라 개선을 제언했다. 야놀자리서치는 '관광, 침체된 지역경제 깨운다 : 지역관광 활성화 조건을 찾아서'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방 관광지로의 이동 부담 경감을 위한 편리한 교통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며 관광 패스 및 셔틀버스 등을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지방 방문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요 관광지에서 벗어난 지역 관광지에 대해서는 지방공항이나 거점도시 기차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교통비 절감 정책인 관광패스를 도입하는 등 지역 교통 인프라를 개선해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지속 유도한 점이 특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은 "일본처럼 지역별 테마를 설정하고 관광목적지관리기구(DMO)를 통해 지자체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 공항 활성화와 관광 패키지 개발로 접근성을 높이면 관광객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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