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트레이(용기)는 반도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칩, 모듈 등을 보관하거나 옮길 때 쓰는 도구다. 반도체 부품의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미세분말(파티클)이 나오지 않으면서 열과 습도에 강해야 한다.
이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KX하이텍은 올해 들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케이스로 사업군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레이 시장의 약 33%를 점유한 이 회사는 고성능 칩이 나오며 수요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17일 충남 아산 본사에서 만난 강천석 KX하이텍 대표는 “소량의 칩만으로도 메모리 용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보니 트레이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떠오르는 SSD 케이스 사업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기 위한 기초 체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플래시 메모리를 보호할 때 쓰이는 SSD 케이스는 다이캐스팅(고압 주조)과 샌딩(사포질), 아노다이징(표면처리) 등 약 8가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미세먼지보다 작은 흠집이나 얼룩에도 파티클이 생길 수 있어 각 공정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강 대표는 “SSD 케이스는 기존 주력 제품인 플라스틱 트레이보다 진입 장벽이 높고 가격이 최소 두 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며 “발열이 심한 SSD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열 방출을 고려한 케이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올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던 SSD 케이스 사업은 올 기준 39%로 늘어나며 기존의 트레이 사업(32%)을 처음으로 제쳤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핵심 고객사”라며 “수주 성과를 발판 삼아 공급처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도 재정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본사의 SSD 설비 라인을 베트남 박닌으로 옮겨 생산 체계를 일원화했다. 이 제품의 수요가 높은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 더 수월하게 수출하기 위해 지리적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 이 회사의 SSD 케이스 수출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이를 위해 설비도 늘려 기존보다 캐파(생산능력)도 두 배로 끌어올렸다.

강 대표는 “본사는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둬 내구도가 높은 방열 소재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전문화할 계획”이라며 “추후에는 SSD 케이스를 제조하는 금형 기술을 살려 사업군을 넓혀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기존 사업인 트레이는 수주 다변화를 꾀한다. KX하이텍은 칩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약 200여가지의 트레이를 제조하고 있다.
강 대표는 “기존 고객사에 납품하지 않은 제품을 추가로 수주할 계획”이라며 “업황의 흐름을 타는 제품 특성을 살려 다시 주목받는 ‘반도체 붐’에 편승해 매출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전방산업 기업이 있는 중국 소주, 시안 등에도 트레이 생산 기지를 둬 고객사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적도 꾸준히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323억원의 매출과 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은 것에 대해 강 대표는 “SSD 케이스와 트레이 산업에서 실적을 키워 결과로 승부를 낼 것”이라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IR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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