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주도하고 7개 시중은행이 참여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서 일반 참가자들이 예치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예금 토큰)이 반도 쓰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카페·배달앱 등 제휴 사용처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정치권에선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결제 지원 업체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6월 진행된 한은의 CBDC 시범 사업 ‘프로젝트 한강’에서 발생한 예금 토큰 전환액은 16억4000만원이다. 현금을 예금 토큰으로 바꾼 총액이다. 이 중 실제 결제된 토큰은 6억9000만원(42.1%)으로 집계됐다.
한은과 금융당국이 2023년부터 시동을 건 프로젝트 한강은 지난해 신한·우리·KB국민 등 7개 은행이 시스템 구축 등에 300억원을 투자한 시범 사업이다. 작년 본격적인 준비를 거쳐 올해 4~6월 1차 사업이 진행됐다. 핵심은 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예금 토큰을 실생활에 사용하게끔 만든 것이다.
예금 토큰은 최근 광의의 스테이블 코인(법정 화폐와 1대1 교환가치를 지니는 암호화폐)으로 분류되는 추세다. 결제 속도·수수료 등에서 기존 화폐보다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은 등은 프로젝트 한강을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으로 소개해 왔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에 1차 사업에서 일반 참가자들이 생성한 토큰 지갑 수 자체는 적지 않았다. 상한선으로 지정한 10만 개 중 8만1000개(81%)의 지갑이 만들어졌다. 참가자들은 지갑이 든 은행 앱과 제휴 점포의 QR코드 등을 통해 커피를 사거나 배달 음식을 구매했다.
그럼에도 현금에서 예금 토큰이 된 돈의 과반은 쓰이지 못했다. 개설 지갑 1개당 예금 토큰 전환액은 2만246원에 그쳤다. 건당 결제금액은 1만1500원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결제 유형별 대표 기업들이 함께하긴 했지만 시범 사업이다 보니 제휴 점포 등을 크게 늘리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제휴처에는 신한은행 공공배달 플랫폼 ‘땡겨요’, 세븐일레븐, 교보문고 등이 참여했다.
시범 사업의 제휴처가 적었던 이유엔 소수 은행만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업엔 이미 간편결제 시스템을 전국에 구축한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령이 없는 상태라 금융위원회 규제 샌드박스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라이선스를 받은 7개 은행이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현재 2차 시범 사업을 논의 중인데, 라이선스가 없는 비은행 업권은 이번에도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선 스테이블 코인 관련법을 제정해 은행 업권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22대 국회엔 관련 법안 7개가 계류 중인데, 모두 비은행 업권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안도걸 의원은 “스테이블 코인의 성공 여부는 사용처 발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은행권 중심 스테이블 코인 운영이 한계를 보인 만큼 스테이블 코인 안착을 위한 비은행권 발행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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