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도, 투자자도 아닌 여러분 꿈의 크기가 여러분을 일으켜 키울 겁니다.”
글로벌 외식그룹 스노우폭스 창업자 김승호 짐킴패밀리오피스 회장의 말에 미국 뉴욕 브루클린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년 1200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대표 기업의 창업 스토리를 듣기 위해 뉴욕은 물론 한국, 멕시코, 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이들이다. 휴스턴에서 창업한 스노우폭스를 2023년 8000억원에 매각한 재미 한인 사업가 김 회장은 “이곳 미국처럼 ‘남의 나라’에서 성공할 땐 상상력이야말로 누구도 절대 뺏을 수 없는 가장 큰 자산”이라며 “오늘 이 문을 나서면 여러분의 꿈의 크기를 재조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네이비야드 두걸 그린하우스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기술, 문화, 음식 등 ‘K컬처’를 전면에 내건 ‘꿈(KOOM) 페스티벌’이 개막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북미 지역 한인 창업가 단체 한인창업자연합(UKF)은 한국 창업자와 미국 투자사를 연결해주는 연례 스타트업 포럼을 한국 문화와 엮어 축제 형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스타트업 피칭뿐 아니라 한국 대표 창업자·기업인의 강연, 한식, K팝 공연 등을 한곳에 모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개막을 알린 첫 대담의 주인공은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였다. 두 사람은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의 설립자와 이사장으로도 인연이 깊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 LSI, OLED 등 여러 사업부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던 권 전 회장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실패한 사업주들의 공통된 특징은 욕심이 과해 프로젝트 수가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몸을 가볍게 하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개업이 아니라 창업을 해달라”고도 했다. 똑같은 일이어도 남과는 다른 차별화를 위해 노력해야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 창업자도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그에 맞춰 미국 시장 진출 방법도 달리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2023년 배달의민족을 떠난 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김봉진 창업자도 등장했다. ‘K-머시기를 세계로’를 비전으로 삼은 창업 육성 회사 그란데클립을 운영 중인 그는 “과거엔 세계로 가려면 적어도 한국에서 1등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많았지만 이젠 소셜미디어 환경부터 한국의 위상까지 많은 게 변했다”며 “(처음부터) 더 큰 시장을 보라”고 조언했다.

‘웹툰’이란 신조어를 세계에 정착시킨 김준구 네이버웹툰 창업자는 후배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네 가지 덕목으로 “확실한 동기, 선명한 목표, 선한 영향력, 나만의 사업 스토리”를 꼽았다. 스스로 ‘만화 덕후’라고 칭한 그는 사비 700만원을 들고 사내벤처로 시작한 네이버웹툰을 키워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700억원 투자를 요청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나침반이 돼줄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3일간 열리는 꿈 페스티벌에는 총 1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은 말 그대로 ‘한국 문화 축제’였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벽화로 꾸며진 농심의 라면·과자 체험관 앞에는 캐릭터 의상을 따라 입은 외국인들이 긴 줄을 이뤘다. 코스맥스, 컬리 등 한국 소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 부스와 전통시장을 연상시키는 한식 가판도 마련됐다. 뉴욕 주민인 노아 스페로는 “대학생 때 K팝을 좋아하게 돼 한국어를 배웠다”며 “한국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잘 갖춰져서 재밌다”고 말했다.
뉴욕=빈난새/김인엽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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