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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위기관리 시작점은 언제일까? [장헌주의 Branding]

입력 2025-10-18 09:02   수정 2025-10-18 09:04

1일의 연차 또는 블록 홀리데이 찬스를 이용한다면 최장 10일에 달했던 역대급 달콤한 명절연휴가 지나갔다. 달콤한 연휴가 지나고 보니 2025년의 마지막 쿼터. 정신이 바짝 든다. 4분기 마감을 위한 돌진이 남았다.

하지만 긴 연휴가 달갑지 않는 직종이 있다. 이 칼럼이 게재되는 언론사 기자들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연휴라고 사건사고가 없을 리 만무하며, 매일처럼 버즈를 만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있을 리가 없다. 이슈가 있는 곳에 기자가 있고, 기자가 기사를 생산하니 주말에도 당직을 서는 직업적 숙명이 존재한다.

이 직업적 ‘비애’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직종이 또 있으니 기업 홍보담당들이다. 퇴근 후에서 다음날 출근 전까지 주말에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은, ‘신문이 발행되는’ 시점에 민감하다. 회사에 영향을 미칠만한 언론 및 소셜 미디어 기사나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홍보팀의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인데, 기업 인하우스 커뮤니케이션 총괄로 재직하던 시절, 퇴근 이후와 주말에 하루도 마음 편하게 손 놓고 있지 못했음을 뒤늦게 고백한다.



물론 모니터링은 다양한 툴(tool)을 활용해 진행한다. 문제는 이 모니터링이 적시에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고, 위기관리 프로토콜에 따라 정확하게 보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스피드! 스피드가 생명인데,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다. 인하우스 홍보팀 또는 홍보대행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한 밤중에, 주말 저녁에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질 때까지 회사와, 또 기자와 옥신각신한 무용담(?)들이 있을 것이다.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산속 캠핑 중에 다음날 조간 신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속을 태우거나,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비행기에 안에서 모니터링이 불가능해 대신해 줄 동료를 휴가 전에 미리 물색하거나, 친구 결혼식 중에 심지어는 장례식장에서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기사 검색을 하는 ‘웃픈’ 일상들은 모두 ‘적시 보고’를 위한 노력이다.

회사의 규모와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회사에 영향을 끼칠만한 기사가 발생하면 홍보부서를 출발로 위기관리 프로토콜 상의 리포팅 라인에 따라 윗선으로 착착 보고가 이뤄지고, 마지막 의사결정 레벨에 있는 리더들이 해당 사안의 대응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위기관리 프로토콜에서 정해둔 임계치(Critical Threshold)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사안이라면 사내 관련 부서 및 CEO까지 이 의사결정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 경우 홍보부서 구성원들은 즉각 대응 태세에 돌입한다.

실로 “오, 마이 갓!”을 유발하는 상황. 이때 홍보담당부서의 리더는 내부 소통의 퍼실리테이터로서 대응전략 수립과 대응 메시지 준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 스타트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PR 강의에서 필자는 ‘위기관리의 시작 시점’을 질문한 적이 있는데, 한 명의 CEO도 즉답을 못했다. 창업 초기부터 홍보나 위기관리 부서를 세팅하는 스타트업이 드문 것을 고려한다면,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창업자가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CEO가 기자들과 인맥이 좀 있어서, 투자유치에 더 집중해야 해서, 기술회사라 딱히 위기 이슈가 없어서…스타트업 대표들의 이유 중에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는 없겠으나, 위기관리의 시작점은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다.

CEO(대부분은 창업자 자신)가 A부터 Z까지 관여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사실상 CEO 자신도 ‘잠재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많은 스타트업 CEO들이 간과하고 있음은 아이러니컬한 현실. 내부 구성원은 물론 대외 이해관계자인 당국, 언론, 투자자, 고객 등을 대하는 CEO의 말(메시지)과 행동, 즉 사업의 존재이유, 브랜드의 핵심가치, 다양성과 인재전략, 중대재해 관련 등 CEO가 전하는 생각과 메시지는 회사 평판을 들여다보는 시작점이 아닐 수 없다.

“홍보부서가 없는데, 그럼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나요?”

당연한 질문이다. 이런 조직일수록 필요한 것이 위기관리 ‘플레이북(playbook)’이다. 말 그대로 각 등장인물(구성원)의 역할이 정리된 것으로, CEO를 맨 위에 두고 위기 발생 시 작동할 보고 프로세스, 의사결정 과정을 마치 연극의 등장인물 구조도처럼 한 눈에 들어오도록 구조화 하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누가 메시지를 준비하고, 누가 승인하며, 이해관계자에 따라 누가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될 것인지 보고라인과 승인구조에 대한 직관적인 도식화, 리스크 이슈 발생 시 내부 구성원 및 외부 자문전문가 연락망 정리 등이 포함된다.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시스템 장애 등 위기 상황에서도 핵심 업무와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물론 인적 리소스가 적은 스타트업에선 CEO가 언론이나 당국을 직접 대응하는 메시지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외부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내부적으로 협의된 ‘원 보이스(One Voice)’ 메시지가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 내용이 플레이북 상 등장인물 모두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플레이북 준비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보험’이랄 수 있다.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어나더라도 쓰나미 같은 현실적 비바람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이슈가 터졌다고 가정하자. 명확한 플레이북 한 장이 적어도 우왕좌왕하며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가며 ‘아는 기자’를 찾는 무대책에 가까운 대책보다는 ‘보험’의 가치에 충실할 것이다.

기업과 브랜드를 지키는 위기관리 ‘대본’ 준비의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장헌주 님은 홈쇼핑TV 마케터로 재직 중 도미(渡美), 광고 공부를 마친 후 중앙일보(LA) 및 한국경제매거진 등에서 본캐인 기자와 부캐인 카피라이터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 딜로이트 코리아에 이어 IT기업 커뮤니케이션 총괄 디렉터를 역임한 후 지금은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랩 '2kg'에서 PR & 위기관리, 브랜딩 전문가로 세상의 일에 '시선'을 더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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