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시는 15일 열린 화포천 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황새 방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방사된 황새는 2022년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복원을 위해 들여온 황새 암수 한 쌍과 올해 3월 화포천 습지 봉하뜰에서 부화에 성공한 황새 등 총 세 마리였다.
하지만 방사 과정에서 수컷 황새 한 마리가 제대로 날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현장에 있던 사육사들이 응급처치를 위해 황새를 사육장으로 옮겼지만 결국 폐사했다.
시장과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의 연설 뒤 방사가 이뤄졌고 이 때문에 황새들은 약 1시간 40분 동안 내부 폭 30~40㎝의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당시 외부 기온은 22도 안팎이었다. 전문가들은 황새가 장시간 좁은 공간에 갇히며 스트레스와 탈진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김해시는 국가유산청에서 정식 대여받은 케이지를 사용했으며 통풍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이전에도 황새를 6시간가량 운반한 사례가 있었으며 행사 당일 수의사와 사육사가 현장에서 황새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16일 성명을 내고 “황새들은 방사 순서를 기다리며 좁은 상자 안에서 1시간 40여분 간 갇혀있다 한 마리가 탈진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온도는 22도로 승용차의 경우 창문을 약간만 열어둬도 직사광선을 받을 경우 내부 온도가 30도까지 오르는 등 밀폐된 공간은 훨씬 뜨겁게 된다”고 주장했다.
시는 황새가 대기하던 케이지는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를 들여올 때 4~5시간 이동하면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것으로, 환기구 등 통풍 장치가 갖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새가 케이지에서 대기하는 동안 사육사와 전문가들이 수시로 케이지를 열어보며 황새 상태를 확인했다고도 했다. 시는 폐사한 황새에 대해 국가유산청에 보고하고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195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시가 기본적인 생명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행사를 위해 황새를 처참하게 다뤘다”며 “시는 황새 폐사 책임을 지고 폐사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향후 모든 공공 행사에 눈요기로 동물을 동원하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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