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방학 시작까지 두 달 가까이 남았지만 입시학원가에서는 이미 ‘겨울 전쟁’이 시작됐다. 아침부터 밤까지 수업과 자습으로 채워지는 전일제 '윈터스쿨' 접수가 본격화하면서다. 통원형과 기숙형을 가리지 않고 조기 마감되는 반이 속출해 일부 학부모들은 대기번호를 받는 상황이다. 방학 동안 강도 높은 학습 프로그램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학기 중 피로 누적이나 학습 의욕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싼 수강료에도 수험생들의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예비 고3 학부모 배모씨는 "서울 목동에서 통학형 A학원 윈터스쿨을 등록하려 했는데 이달 초 이미 마감돼 대기번호 50번을 받았다"며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원하는 학원에 들어가려면 9월부터 알아봐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A학원 관계자는 "예비 고3 대상 반은 10월 초에 마감됐다"며 "예비 고1·2 반도 이달 중 모두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방에서도 서울 주요 학군지 학원을 찾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울 대치·목동 등 통학형 윈터스쿨을 운영하는 지역의 공인중개업소에는 학원 인근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을 알아보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충북에서 올라온 학부모가 윈터스쿨에 등록한 뒤 도보 2분 거리의 고시원을 계약했다”며 “이 시기가 되면 지방에서 올라와 단기간 머물 곳을 찾는 문의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의대나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을 두 번 이상 치르는 'n수'가 일반화된 것도 전일제 사교육 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음달 수능을 치르는 고3 장모씨는 "의대에 갈 수만 있다면 재수나 삼수쯤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수를 대비해 1월에도 공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기숙형 윈터스쿨에 미리 등록해 뒀다"고 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대 39개교 올해 신입생 4641명 가운데 n수생은 2705명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기숙형 학원들도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급 시설’과 ‘24시간 관리 시스템’을 내세워 장거리 통학이 어려운 지방 학생이나 n수생을 주요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를 경기도의 한 기숙학원에 보내기로 한 학부모 김모씨는 “상담회에 가서 시설을 둘러보니 아이를 혼자 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방에는 통원할 만한 대형 학원이 없어서 기숙형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전일제 사교육 프로그램이 단기 성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학습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기상 선행학습의 효과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학기 중에 피로가 누적돼 정작 대입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학 동안 입시에만 매달리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체험형 학습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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