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포구(구청장 박강수)가 마포대로와 삼개로 일대 가로수를 소나무로 교체했다. 일제강점기 조경정책의 잔재를 걷고 귀빈로의 역사성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구는 기존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의 부패와 낙엽으로 인한 침수 위험과 간판 시야 가림 등 민원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주민과 상인은 봄철 송화가루 피해를 우려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마포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6월부터 약 17억 원을 투입해 마포대교 북단부터 공덕역까지 ‘마포대로’ 약 1㎞ 구간에 가로수를 소나무로 교체하는 ‘품격있는 녹색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시행했다. 마포대로에 있던 양버즘나무 82주가 베어졌고, 189주의 소나무가 심겼다.
양버즘나무는 일제강점기때 신작로 조성 과정에서 도입됐다. 성장 속도와 넓은 그늘을 이유로 도심 가로수로 확산됐다. 1934~1940년 경성부 6개년 가로수 식수계획에서도 10대 수종에 포함되며 1930년대 중후반 각종 간행물에 ‘신규 가로수’로 소개돼 도시 전역에 본격 식재됐다. 반면 일본은 현재 벚나무·은행나무·느티나무 등을 주력 가로수로 활용하고 있다. 태풍·지진 등 위험 요인을 이유로 양버즘나무의 비중은 미미하다.
일대 주민과 상인들은 봄철 송화가루를 걱정한다. 충무로와 을지로의 소나무 가로수 구간이 매년 봄 노랗게 변하는 사례가 알려져 있어서다. 소나무 가로수가 늘어선 일대 커피전문점과 식당은 문을 열어두기 어렵고 차량 오염과 송화가루 민원도 반복된다. 충무로에서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는 신모 씨(62)는 “송진과 송화가루가 날리는 철만 되면 하루 두세 번씩 청소해도 가게 앞이 노랗게 변한다”고 말했다.
상록수인 소나무는 사계절 경관을 유지하고 낙엽에 따른 배수로 막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4~5월 송화가루가 집중적으로 날리면 호흡기 불편이 커진다. 입자가 커 위해성은 낮다는 견해가 있지만 알레르기 민감군은 비염과 결막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상가 전면 바닥과 유리 차량에 점착 오염이 쌓이면 청소 비용과 영업 방해가 늘어난다.
마포구 도화동 주민 오모 씨(38)는 "가로수라면 시민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먼저인데 한여름에 숨이 막힐 것 같다"며 "주변 활엽수가 우거져서인지 현재 심겨진 소나무는 빈약해 보이고 볼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로수 선택보다 관리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송화가루 민원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기간에 집중적인 대응이 제안된다. 도로 살수와 진공흡입차 활용, 꽃가루 지수 ‘높음’ 이상 시 알림 서비스로 창호 개폐 요령 안내 등이 대표적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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