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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장의 엔진 건재…단기 조정은 매수 기회”

입력 2025-11-03 10:01   수정 2025-11-03 10:02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해 사상 최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한·미 관세협상 등 대외 변수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출렁이며 변동성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를 넘어서며 외국인 자금 흐름이 요동치고,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조정과 매물 소화 국면 가능성이 있지만, 2026년 상반기까지는 대세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강세와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을 지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을 만나 코스피 사상 최고치의 의미와 환율, 무역분쟁, 업종별 전망, 투자 전략 등을 짚어봤다.

환율이 1420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매매 패턴에 어떤 변화가 보이나요.
“9월 이후 10월 10일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약 12조4800억 원 규모로 유입됐고, 그중 80% 이상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한국 반도체 섹터에 쏠려 있다는 뜻이죠. 외국인 매매의 경우 환율이 1350~1450원의 범위에 있을 때는 환율 수준보다 기업 실적과 정책 모멘텀에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이 범위를 벗어나면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고점이었던 1480원을 넘어서면 외국인은 추가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가 진행돼 1300원에 근접할 경우에도 주가 수익에 환차익이 더해지기 때문에, 차익 실현 심리를 자극하게 됩니다.”

과거엔 원화 약세 구간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둔화했습니다. 이번 사이클도 같을까요.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외국인 매수세 둔화 또는 매도세 전환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원화 강세가 나타날 때는 외국인 매수가 재개되는 패턴이 많았습니다. 이런 패턴이 발생한 이유는 외환 시장은 경기 상황을 반영하고 주식 시장도 경기에 연동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조금 다릅니다. 원화 약세 국면에서도 외국인 순매수가 대규모로 유입됐다는 점이 특징이죠. 외환 시장은 무역 분쟁 등의 경기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반면 주식 시장은 반도체 사이클 회복,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에 보다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는 과거와 달리 원화 약세에도 외국인 순매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4분기는 미국 금리 인하와 무역 불확실성 해소 가능성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우세합니다. 외환 시장이 우호적인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 기조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실적 가시성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핵심 산업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지금,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심리 전염 효과를 경계해야 합니다. 외환보유액 감소, 대외 신인도 하락, 경기 둔화에 대한 뉴스가 동시에 노출되면 원화 약세가 다시 환율 불안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압박은 실제 경제 펀더멘털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에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리스크는 외국인 수급의 급선회입니다.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환율 급변이나 무역 불확실성에 반응해 순매도로 전환하면, 주식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변동성 자체보다, 변동성이 ‘심리를 건드리는 속도’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0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발언 이후 글로벌 증시가 흔들렸습니다. 미·중 변수의 단·중기 영향은요.
“11월 10일 미·중 협상 시한을 앞둔 전략적 발언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수사적 접근이 강하며 결국에는 일정 수준의 합의 또는 협상 재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4중전회(10월 20~24일),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 그리고 11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 추가 100% 관세 시한 등 이벤트가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주식 시장 단기 변동성이 높아질 위험도 존재합니다.”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반도체, 조선, 전력 등은 ‘무풍지대’란 평가가 나옵니다. 지속될 가능성은요.
“올해 4월 저점을 찍고 상승세를 이어온 이들 업종은 여전히 대세 상승 흐름 안에 있습니다. 2026년까지 실적 모멘텀이 견고하고, 이익 증가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AI 수요 확산과 함께 메모리 사이클 회복이 맞물리면서 업황과 실적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습니다. 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수주가 지속되고, 전력주는 안정적 배당과 정책 수혜가 부각되죠. 이처럼 업황 호조와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은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무풍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강도에 따라 시기별로 단기 쏠림과 차별화가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AI·반도체 중심의 강세장이 계속될까요, 아니면 실적 모멘텀 둔화로 조정이 클까요.
“AI 산업의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오히려 가속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 간 파트너십, 그리고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장기 성장의 속도와 강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이죠. 엔비디아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이익 모멘텀이 2026년까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실적 기대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차익 실현에 따른 단기 조정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세장의 ‘엔진’이 바로 기술주이기 때문에, 중심축이 흔들리진 않을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조정을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점 부담, 환율, 무역분쟁 등 변수가 혼재합니다. 4분기~내년 초 코스피의 큰 그림은요.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4분기 초중반에는 상승세가 다소 주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와 정책이 함께 움직이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견조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 흐름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11월 중순부터는 글로벌 소비 시즌이 시작되고, 12월부터는 중국과 한국의 정책 모멘텀 재개가 예상됩니다. 내년 초에는 경기·이익 개선 기대가 더해져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 행진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실적과 정책 이벤트가 겹칩니다. 어떤 ‘전환 신호’를 주목해야 하나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실적과 주가의 디커플링입니다. 기대를 모은 업종이 호실적을 내더라도 주가가 오히려 약세를 보인다면, 이는 이미 실적 기대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과열이 해소되고 매물이 쌓이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포착된다면 단기 상승세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는 정책 이벤트의 분수령입니다.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여부, 그리고 같은 날 예정된 미국의 대중 ‘추가 100% 관세’ 결정이 갈등의 방향을 바꿀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이후 중국의 전인대와 한국의 예산 확정 및 산업별 배분 과정에서는 성장주와 중국 소비주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글로벌 증시의 대세 상승이 꺾일 만한 신호, 즉 물가의 재상승으로 금리 인하가 중단되고 다시 인상 사이클로 전환되는 시나리오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 이전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저평가 업종·종목은 무엇인가요.
“가장 대표적으로는 자동차 섹터를 꼽습니다.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5배, 주가순자산가치(PBR)가 0.5배 이하 수준이고, 배당수익률도 6%를 웃돕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들과 비교해도 저평가 영역에 있습니다. 한미 무역협상이 결론을 내면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적 측면에서는 유럽 수출 확대가 미국 부진을 보완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장기 관점에서 자동차 업종은 안정적 배당과 성장성을 겸비한 ‘가치+성장형 섹터’로 주목할 만합니다.”

글로벌 투자자의 시각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도는 어떤가요.
“한국 증시는 글로벌 시장 내에서 상위권에 위치해 있습니다. 글로벌 대비 저평가 상태에 더해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법이 본격 시행되면,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AI 산업 성장 확산은 국내 반도체 업황 개선과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고, 산업·투자 정책 강화가 차별화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장 국면에 있는 만큼 외국인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현재 코스피는 극단적인 저평가 국면에서 이제 막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그럼에도 12개월 선행 PER은 11배, PBR은 1배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책 드라이브와 상법 개정 등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글로벌 시장 대비 저평가 폭은 점차 축소될 것을 예상됩니다. 한국 시장의 강점은 반도체와 정책 동력의 결합, 약점은 한미 무역협상 불확실성과 높은 미·중 의존도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기업들이 얼마나 실제로 참여하고 실행하느냐가 향후 증시 업그레이드의 키가 될 것입니다.”

변동성 장세의 포트폴리오 전략,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는 승객 교대가 자주 일어납니다. 즉, 주도 업종이 짧은 주기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쏠림 현상을 기민하게 활용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업황과 실적이 강화되는 섹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2025년 4~6월에는 금융, 지주, 조선, 방산, 기계, 원전이 시장을 이끌었고, 9~10월에는 반도체가 코스피 상승의 80%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주도 업종의 순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정책 기대가 상승의 원동력이었다면, 하반기부터는 주요 산업의 업황·실적 기대가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이어질 대세 상승 구간의 핵심은 펀더멘털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매크로 환경 → 산업 업황 → 기업 실적의 순으로 체계적으로 점검해 주도 자산과 종목을 선별해야 합니다. 단기 뉴스에 흔들리기보다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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