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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미술교류로 서로 이해…과거 갈등 극복하는 길 열릴 것"

입력 2025-10-19 18:07   수정 2025-10-20 01:25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아레나’. 첨단 기술로 순수 예술계를 뒤흔들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김아영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이 줄을 섰다. 디지털로 만든 가상 작품을 풍선으로 구현한 강재원의 조각, 공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임지빈의 베어벌룬을 보기 위한 행렬도 이어졌다. 2009년 출범해 도쿄의 대표적 예술제로 자리 잡은 ‘롯폰기 아트 나이트 2025’에서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모리미술관 등이 이끄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가 한국 작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 실행위원장이자 일본 현대미술을 이끄는 가타오카 마미 모리미술관장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한국 아티스트를 일본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모리미술관에서 가타오카 관장을 만났다.

▷롯폰기 아트 나이트는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도쿄는 오랫동안 우에노가 문화예술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다 2003년 모리미술관, 2007년 국립신미술관과 산토리미술관이 롯폰기에 잇따라 들어섰어요. 이에 롯폰기를 새로운 예술을 선보이는 문화 중심지로 만들자는 목적으로 2009년 시작했습니다.”

▷올해 한국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있나요.

“일본과 한국이 올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만큼 한국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지금 정말 활기가 넘치고, 다양한 예술가가 국제적으로 활약하고 있어요. 사실 일본과 한국은 정치·외교 관계가 좋지 않은 적도 있었죠. 요즘 양국 젊은 세대는 예전만큼 예술 교류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예술 교류가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한국 아티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은 오랫동안 일본처럼 모더니즘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중예술 등 독자적인 맥락에서 탄생한 예술이 있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낸 아티스트는 서양 모더니즘 일변도도 아니고, 전통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라 제3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 아티스트로 누구를 꼽을 수 있나요.

“김수자, 서도호, 이불 같은 예술가죠. 양혜규부터 더 젊은 아티스트까지 국제무대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어요.”

▷모리미술관은 어떻게 설립됐습니까.

“모리미술관이 문을 연 건 2003년이지만 모리빌딩이 롯폰기힐스 개발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15년 전입니다. 당시 모리 미노루 사장은 ‘문화 중심 도시’를 콘셉트로 정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설로 현대미술관을 모리타워 최상층에 두기로 했습니다. 건물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꼭대기(53층)에 미술관을 조성해 문화 도심이라는 비전을 더욱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군요.

“모리타워 52층에 전망대가 있어요.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전망대를 찾은 시민도 현대미술관을 볼 수 있도록 계획했죠. 하나의 티켓으로 미술관과 전망대를 모두 관람할 수 있게 했어요. 코로나19 이후 개별 티켓제로 바꿨지만, 원래는 ‘아트’와 ‘뷰’가 함께 존재한다는 아이디어였습니다. ”

▷모리미술관 컬렉션은 500점 수준인데요.

“원래 컬렉션을 보유하지 않는 미술관으로 시작했습니다. 컬렉션 기반 상설전으로 관람객을 모으기보다는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하는 창작물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기획전을 열면서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작품을 의뢰했고, 그렇게 탄생한 신작을 구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컬렉션이 됐습니다.”

▷모리미술관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모리미술관은 국제성과 현대성을 중시합니다. 기업이 세운 미술관이기 때문에 국립 미술관처럼 컬렉션으로 일본 미술의 역사를 후세에 남겨야 하는 책임은 덜합니다. 그건 공공의 일이죠. 그 대신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미술 동향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현대미술은 세계 각지의 정치·사회 동향을 반영하고 있죠. ‘세계의 지금’에 중점을 두고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롯폰기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을 맡았습니다.

“현대미술 큐레이터가 된 이후 한국에 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무렵입니다. 대우재단이 세운 아트선재센터에서 김선정 씨(현 아트선재센터 관장)를 처음 만났어요. 동갑이어서 금방 친해졌죠. 이후 ‘언더컨스트럭션’이라는 전시 프로젝트 멤버로 참여하며 한국과 교류를 점차 늘렸습니다. 인연이 이어져 광주비엔날레까지 참여하게 됐죠.”

▷지난달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도 찾으셨죠.

“부산에서 시작한 KIAF가 서울에 상륙했고, 이후 프리즈가 코엑스에서 같이 열리면서 양쪽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프리즈가 온 뒤로 삼성 리움미술관이 대형 전시회 개막 시기를 맞췄고, 유럽·미국 갤러리 브랜치도 서울에 많이 생겼죠. 그러다 보니 ‘9월엔 모두 서울에 간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양국 미술 교류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젊은 세대가 미술 등 서로의 문화를 배우면 과거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극단적 사례를 다루는 미디어만 보면 서로 편향된 시각이 생길 수도 있어요. 현대미술은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보여줍니다. 미술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각을 만날 수 있죠. 그것은 상호 이해를 깊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경과 문화를 넘어 모두 같은 인간으로 이해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 사회에서 미술은 어떤 가치를 지니나요.

“1990년대 이후 서양이 가치를 부여하던 미술을 비서양권이 따라가는 관계가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이 각자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시대가 됐습니다. 다양한 가치관이 세계 각지에서 충돌하는 가운데, 세계가 어떻게 평화에 이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인류가 직면했죠.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각을 예술을 통해 배우고, 거기서 공존을 위한 방법을 찾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한국의 많은 미술관에서 디렉터 포지션은 2~3년이면 교체되더군요. 역시 정권이 바뀌면 국립 미술관은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러나 미술관의 얼굴이 자주 바뀌는 건 좋지 않습니다. 특히 국립 미술관은 국제 네트워크가 강한 인물이 최소 5년 이상 이끌어야 깊이가 훨씬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문화 정책이 1~2년 만에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미술관을 포함해 문화 정책은 10년 정도 지나야 하나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도 일본처럼 여러 대기업이 미술 발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Tate 프로젝트’, ‘LG 구겐하임 어워드’ 등이 대표적이죠. 역시 장기적 비전을 세우고 세대를 넘어 사업을 계승해 나가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10년, 20년, 30년 단위의 지속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리미술관장은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KIAF-프리즈 '단골손님' 가타오카
가타오카 마미 모리미술관장(60)은 영국 유명 미술지 아트리뷰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 이름을 올리는 일본의 대표 큐레이터다. 일본 싱크탱크인 닛세이기초연구소 도시개발부 연구원, 도쿄 오페라시티 아트갤러리 수석큐레이터를 거쳐 2003년 모리미술관에 합류했다. 2020년부터 관장을 맡아 미술관을 이끌고 있다. 2023년부터는 일본 국립아트리서치센터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모리미술관에 근무하며 영국 헤이워드갤러리 국제큐레이터(2007~2009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2012년), 제21회 시드니비엔날레 예술감독(2018년),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2020~2022년) 등을 맡았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가타오카 관장이 이끄는 모리미술관은 부동산 개발회사 모리빌딩이 재개발한 롯폰기힐스의 핵심 빌딩인 모리타워 53층에 있다. 높이 238m인 모리타워 꼭대기에 자리 잡아 ‘하늘과 가장 가까운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모리 미노루 모리빌딩 회장은 롯폰기힐스 구상 초기부터 ‘문화 도심’을 목표로 정하고 2003년 도쿄 어디서나 보이는 모리타워 최상층에 미술관을 열었다. 모리미술관이 소장한 회화, 사진, 드로잉, 조각, 영상, 설치 등 컬렉션은 500점에 달한다. 화려한 현대도시에서 미술을 즐기는 사람, 도쿄에 매혹돼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기 위해 ‘현대성’과 ‘국제성’을 내세운다. 연간 관람객은 45만 명에 이른다.

모리미술관은 초대형 전시관을 갖춘 인근의 국립신미술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생활 속 미를 추구하는 산토리미술관과 함께 롯폰기 지역의 미술 중흥을 이끄는 미술관으로 꼽힌다. 이들 세 미술관은 꼭짓점을 이으면 삼각형 모양이 된다고 해서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로도 불린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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