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 의사를 직접 표시한 직원이 사직서 제출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다며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 부당 해고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경남 지역의 한 협동조합 본점에서 일하던 A씨는 지점으로 전보된 직후인 지난해 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 사유는 “개인 사정”이었다. 그는 재직 중 알게 된 직무상 비밀 등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와 재직 중 사고가 없었다는 무사 확인서도 각각 자필로 작성해 냈다.
지점장이 만류했지만, A씨는 퇴사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사직서가 수리된 당일 A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라며 구제를 신청했다. 경남지노위가 “원고의 사직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라며 이를 기각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재차 기각되자 소송에 이른 것이다.
A씨는 사직서 제출 당시 자신이 심신 미약 상태였기 때문에 ‘비진의 의사표시(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조합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고, 부당하게 전보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씨는 인사 발령 직후 호흡 곤란 등 증세로 응급실에 입원했고, 약 2주가량 휴가를 사용한 사실이 인정됐다.
사직서를 낸 지 약 3시간 만에 지점장에게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며 퇴직이 아닌 휴직을 요청했다고도 주장했다. 지점장이 이를 받아들여 사직 의사가 철회됐는데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사직의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중노위 판정에 결격 사유가 없었다고 봤다.
A씨는 지점장 등이 자신의 사직 의사 철회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직서를 제출한 당일 인사 담당자와 소통했음에도 철회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A씨는 인사 담당자에게 어떠한 사직 의사 철회 표현도 하지 않은 채 병원 진단서를 전송하고 실업급여를 문의했는데, 사직을 전제로 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비진의 의사표시 여부에 대해서도 사직서 제출 당시 A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재판부는 봤다. A씨가 직접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가 이를 수리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므로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라는 결론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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