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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전략부터 세계 정세까지, 답은 지리에 있다[서평]

입력 2025-10-26 10:15   수정 2025-10-26 10:16

쓸모 있는 지리 수업: 교과서를 쉽게, 세상을 깊게
최재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
학교에서 지리는 주로 외우는 과목이었다. 국경, 수도, 산맥, 강 이름을 암기하고 시험을 치르는 일은 많았지만 그것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쓸모 있는 지리 수업’은 그런 지리 공부의 관성을 완전히 뒤집는다. 교과서 속에 갇힌 지리를 현실과 연결해 주며 지형과 기후, 인간의 삶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낸 문명과 세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단순한 학습서 범위를 넘어 인문과 과학, 경제와 역사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시선으로 세계를 읽는 힘을 길러주는 교양서다.

지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정렬해 주는 나침반이 된다. 경제 뉴스 뒷면에 있는 지정학적 맥락, 여행지의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의미, 기후 변화가 산업 구조를 흔드는 과정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다.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지역 자원과 물류망을, 세계 정세를 읽는 사람이라면 국가의 지리적 위치와 환경 조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사고력이 생긴다. 이 책은 복잡한 세계를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지리적 인과관계’로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며 지도를 보는 습관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자원 전쟁, 지정학, 지경학 등과 같은 뉴스 주제들이 이제는 지리학 언어로 해석된다. 각국 이해관계가 단순한 정치나 경제 문제가 아니라 지형과 자연환경이라는 ‘기반 구조’ 위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라면 지리적 맥락을 읽는 눈은 곧 정보력이고 통찰력이다. 한 나라의 산업 구조, 물류 루트, 인구 이동까지 모두 지리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복잡한 국제 이슈를 표면이 아닌 근본에서 바라보게 한다.

책은 지리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개념이 실제로 세계경제, 정치,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보여준다. 태평양 마리아나 제도는 화산섬이자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긴장하는 전략 요충지로 등장하고 여섯 나라를 적시는 메콩강은 아시아의 젖줄이자 자원을 둘러싼 갈등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사막은 단순한 불모지가 아니라 인류 교류의 길이 열렸던 가능성의 공간으로, 갯벌은 생명의 보고이자 환경과 경제의 균형을 상징하는 장소로 다뤄진다.

이 책은 사회 과목을 어려워하는 청소년 자녀에게도 실질적인 학습 가치를 지닌다. 중학교 사회나 고등학교 지리 교과서에서 배우는 주요 개념들이 이 책의 중심 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교과서 속 개념이 추상적인 용어로만 머물지 않고 세계 곳곳의 실제 사례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왜 배우는지’를 깨닫는다.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탐구하고 이해하는 즐거움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각 장은 ‘이야기 두 줄 요약’, ‘교과서 속 용어 정리’, ‘더 읽어보기’로 마무리되어 학습 정리에도 효율적이다. 수행평가나 탐구 보고서, 토론 수업 주제를 준비하는 데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세대를 가로질러 효용이 있다는 점이다. 부모 세대에게는 지리학적 사고로 세상을 읽는 시야를 넓혀주는 교양서이자 자녀 공부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교육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자녀가 배우는 지리를 함께 읽고 토론하며 대화할 수 있는 책, 부모와 아이가 같은 주제로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자녀에게는 배움의 동기를, 부모에게는 대화 소재를 제공하는, 그야말로 세대를 잇는 지리책이다.

‘쓸모 있는 지리 수업’을 읽다 보면 ‘지리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라는 말이 실감난다. 산맥 하나가 나라 기후를 바꾸고, 강 하나가 국경과 문명을 나누며, 바닷가의 곶과 만이 무역항을 만들었다. 자연이 만든 풍경이 인간 삶과 역사를 결정지은 셈이다. 그리고 그 흐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후변화, 자원 분쟁, 환경 파괴, 도시 개발 같은 문제들 속에는 모두 지리의 흔적이 숨어 있다.

결국 이 책은 ‘쓸모 있는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공부. 뉴스가 들리고, 풍경이 다르게 보이며, 교과서가 현실로 이어지는 진짜 공부의 출발점에 지리가 있다.

마현숙 한경매거진앤북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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