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21일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한·일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 우호적인 분위기로 출발했지만, 급격히 냉각된 노무현 정부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다”며 “과거 대일 강경 자세는 자취를 감추고, 일본 중시 입장을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안고 있는 공통 과제에 협력해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이 신문의 해석이다.
요미우리는 한국에선 이 대통령의 현재 모습이 집권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이 대통령과 같은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미국과 일본에 강경한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으나, 취임 이후 현실적인 외교 노선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전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2004년 7월엔 고이즈미 전 총리가 제주도를 찾았다. 이 회담에 양국 정상은 모두 노타이로 참석해 친밀한 관계를 연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내 임기 중에는 공식 쟁점으로 제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 3월 시마네현 의회에서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통과된 것이 발단이었다. 다케시마는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이다. 같은 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같은 해 10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까지 더해지며 셔틀 외교는 중단됐다. 야스쿠니신사에는 도조 히데키 등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영토와 과거사 문제가 외교 쟁점으로 떠오르며 갈등은 격화했고, 2006년 9월까지 이어진 고이즈미 총리 재임 동안 정상 간 관계는 회복하지 못했다.
다카이치는 지난 4일 총재로 선출되기 전까지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그러나 17~19일 예대제 기간엔 참배하지 않았다. 총리 지명을 앞두고 외교 영향을 고려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다카이치가 총재 선거 기간 다케시마의 날과 관련 “대신(장관)이 당당히 나가면 좋지 않은가. 모두가 일본 영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발언한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매년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2013년부터 올해까지 13년 연속 차관급인 정무관을 보냈다.
요미우리는 “과거사 문제 등은 여전히 양국 간 불씨로 남아 있다”며 “외교 문제로 번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안보 환경만 고려해도 한·일이 싸울 여유는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양국 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지가 일본 차기 총리와 이 대통령의 중대 사명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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