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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 잠재력' 스스로 과대평가"…일본에 크게 뒤져

입력 2025-10-20 17:10   수정 2025-10-20 17:34


한국의 핵 물질 기술이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핵 연료 제조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원자력주기 완성을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도 중요하지만, 국내 규제 정비와 인력·산업 육성정책 등을 통해 장기적·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자강' 전략을 모색하는 세미나에서 나온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역풍으로 한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동맹국들이 각자 대외정책을 돌아보는 가운데 열렸다.
한국 핵 잠재력 과대평가 말아야
20일 민간 싱크탱크 니어재단이 ‘복합 전환기, 한국의 자강지계’를 주제로 연 국가 전략 세미나에서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외교부 장관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에서 '일본과 대등한 수준'을 언급했으나 일본은 우리와 정책 방향, 주력 분야, 핵심 설비, 경험 등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며 "이를 간과한 채 성급하게 일본과 대응한 수준으로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만 주장하면 현실에서 벗어난 무리수를 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국내에서 핵 역량을 스스로 과대평가하는 데 반론을 펼치며 현실적·점진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한국이 원자력 대국이므로 핵연료 생산과 원자로 운용 등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원자력 주기 완성을 위한 핵 물질 농축과 재처리 등에서는 기술과 설비, 인력 모두가 상당히 취약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나온 '레이저 농축 기술로 고농축우라늄(HEU) 20kg을 3.5일 만에 생산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1년 이내에 원자탄을 생산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위원은 "한국이 2000년대 초반 실험실에서 몇 차례의 (우라늄 농축)초기 연구를 한 것이나 장시간의 공정 연구는 하지 않았다"며 "당시 사용한 설비도 모두 폐기했고, 연구진도 해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경제적 필요성을 철저히 앞세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료 확보를 위한 20% 농축 우라늄 조달을 위한 농축설비 도입이나 해외 구입은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 역량을 유지하고 육성하기 위해선 월성 원자로 지속 가동과 원전산업 육성 등을 통해 인력·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향후 핵 물질 농축·재처리 설비 개발과 운용·유지, 폐기물 처리, 보안 등을 위해 최고 수준의 종합조정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며 "폭넓은 기초연구와 산학연 연계, 병목기술과 소재 부품, 장비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강'은 '자주'와 달라
한편 이날 주요 인사들은 동맹을 강조하는 '자강 전략'은 일각에서 나오는 '자주론'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자주는 동맹과 연대 없이 폐쇄회로 속에서 배타적으로 독자적인 생존 방정식을 모색하는 반면 자강은 동맹과 연대한다"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스스로의 잠재력과 현재력을 키우는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완전한 독자 생존력을 갖춘 나라는 없다”며 “동맹과 연대 없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의 높은 복지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규범 기반 국제질서’는 냉혹한 ‘힘에 의한 질서’에 의해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 힘을 통한 평화, 강박 외교, 전랑 외교가 뒷받침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은 ‘동맹 없는 자강(自强)’을 선택할 수도 없고 ‘자강 없는 동맹’에 안주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글로벌 체스판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그 틀 안에서 동맹, 자강, 연대를 상호 추동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 플러스를 지향하는 중견 국가답게 새 국제질서 형성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동맹의 현대화와 변환 과정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을 만들어 내면서 동맹의 프리미어 리그에 계속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여론에 좋은 인상을 줬던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했던 8월 25일(현지시간) CSIS에서 정책 연설을 통해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인 입장(안미경중)을 가져왔던 건 사실”이라며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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