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넓게 보면 수익을 기대하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것을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무리한 이익을 목표로 지나치게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각종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보통 투기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은 “투자는 장기적인 사업 전망을 보는 것이고, 투기는 주가의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둘을 구분했다. 투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peculation’에는 확실한 근거 없이 추측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즉, 자산의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해 돈을 장기적으로 묻어 두는 것은 투자,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만으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투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의에 따르면 주식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 자체도 모호하다. 자산의 가치를 얼마나 깊이 분석해야 제대로 된 분석인지, 얼마나 오래 투자해야 장기 투자인지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이른바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은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렇듯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러나 투기에는 순기능도 있다. 어떤 상인이 김장철 배추 가격이 1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포기당 5000원에 매입하는 선물 계약을 농부와 맺었다고 하자. 실제로 배추값이 1만원이 되면 이 상인은 떼돈을 번다. 농부가 벌었을 돈 5000원을 가로챈 투기꾼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그 대신 상인은 농부가 짊어졌어야 할 가격 하락의 리스크를 덜어줬다. 배추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점에서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 그래서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투기는 가격을 본질적 가치에 가까워지게 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도 일정 부분 순기능을 한다. 투기 수요가 없다면 주택 건설이 줄어 장기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거주 목적 외의 주택 매입을 막는다면 전·월세 공급이 끊길 것이다.
투기는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도 한다. 튤립 광풍 시대에 더 값비싼 튤립에 대한 투기 수요는 화훼 기술 발전을 추동해 네덜란드를 화훼 강국으로 이끌었다. 1700년대 초반 영국에서 활동한 네덜란드 출신 사상가 버나드 맨더빌은 “인간의 탐욕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얼이 한 말을 곱씹어 볼 만하다. “오늘날 유행하는 거의 모든 어리석은 아이디어는 과거에 이미 시도했고 반복해서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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