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져 온 온라인 쇼핑의 공식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이런 4~5단계 쇼핑 과정을 대폭 축소했다. 소비자가 여러 웹사이트를 오가며 클릭할 필요 없이 AI와의 대화만으로 상품 추천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내는 ‘제로 클릭’ 쇼핑 시대가 열렸다. 미국에선 오픈AI가 기존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월마트와 협업해 AI 쇼핑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픈AI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AI 모드’를 개편해 대화형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AI 가상 피팅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항공권 예약 사이트인 플라이트딜스도 여행 계획을 입력하면 목적지를 식별해 항공권을 검색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퍼플렉시티는 ‘바이 위드 프로’를 선보이며 제로 클릭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품 리뷰 요약·비교는 물론 구매 링크까지 제공한다.
국내 e커머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쇼핑 검색과 결제 시스템에 적용한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앱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화 상품 추천 기술이 핵심이다. 카카오도 카카오톡에 오픈AI의 챗GPT와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결합한 대화형 쇼핑 기능을 준비 중이다.
제로 클릭 쇼핑 확산은 e커머스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검색창’ 시대가 저물고 AI가 소비자의 의도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구매까지 이끄는 ‘대화형 쇼핑’이 보편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소매에 도입되는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93억달러에서 2032년 850억달러로 폭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검색 엔진 최적화가 유통사의 핵심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AI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 업체는 아마존의 알고리즘 내에서도 높은 성과를 낸 마케팅 경험이 있기 때문에 챗GPT를 통한 판매에서도 전략 우위를 갖췄다”며 “최근 아마존 비중을 줄이고 판매처를 다각화하려는 K뷰티 업체의 멀티 유통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월마트를 통해 유통하는 K뷰티 업체 가운데 재판매(리셀러)보다는 직거래를 통해 공급하는 사업자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직거래 제품이 우선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스알엑스는 월마트와 직거래하고 있지만 에이피알은 아직 직접 공급하지 않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K뷰티 업체들이 챗GPT를 통한 쇼핑 환경에서 유리한 마케팅 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현진/고윤상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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