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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환자'에 車보험 한방치료비 1조 돌파

입력 2025-10-20 17:23   수정 2025-10-27 16:09


자동차보험 한방 처치료(치료비)가 최근 9년 만에 여섯 배가량 폭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타박상 같은 가벼운 부상에도 한방병원이 침, 뜸, 부항 등을 동시에 시행하는 ‘세트 청구’가 늘어나서다. 일부 소비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다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방 쇼핑’에 車보험 휘청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해보험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방 처치료는 2015년 1828억원에서 작년 1조573억원으로 478.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양방 처치료가 850억원에서 1329억원으로 56.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방 처치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처치료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상해 치료비를 의미한다.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약 50%를 차지하는 핵심 항목이다. 한방 처치료는 크게 침술, 구술(뜸), 부항술 등으로 구성된다.

한방 처치료가 급증한 것은 청구 건수와 건당 금액이 동시에 늘어나서다. 자동차보험 한방 처치료 청구 건수는 2015년 1003만 건에서 작년 3710만 건으로 증가했다. 건당 한방 처치료는 2015년 평균 42만원에서 지난해 61만원으로 늘었다.

보험업계에서는 환자 증상과 무관하게 여러 한방 치료를 동시 처방·시행하는 세트 청구를 보험금 누수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한방 치료 항목 가운데 구술 처치료는 2015년 이후 작년까지 1224.9% 급증했다. 침술(397.6%), 부항술(797.3%) 처치료도 많이 증가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의 한방 진료비 가운데 세트 청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47.5%에서 작년 68.2%로 급등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세트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 정부 대책 내놨지만…
한방 처치료 증가는 자동차보험 손실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 일부 ‘나이롱환자’ 문제가 전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손보사가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5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료(수입) 총액과 보험금·경비(지출) 총액이 같아야 한다는 ‘수지상등의 원칙’에 따르면 내년 보험료는 3%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2023년부터 경상 환자가 4주 이상 치료할 경우 진단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한방 처치료는 2022년 8668억원, 2023년 9253억원, 지난해 1조57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2월 관련 대책을 발표했지만, 한의계 반발에 부딪혀 개선안이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받으려면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개정안을 재검토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서형교/박주연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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