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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전 신라장수 무덤 발굴…껴묻거리 칸엔 '순장자 뼈' 있었다

입력 2025-10-20 17:52   수정 2025-10-21 00:17


1600년 전 신라 최고위층의 젊은 장군이 세상을 떠났다. 장군 곁에 있던 시종은 사후세계에서도 주인을 모시기 위해 죽어야 했다. 시종 자리는 무덤의 껴묻거리 칸(부장품을 묻는 칸), 주인 갑옷과 말 갑옷 사이 똑바로 누울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국가유산청은 20일 경주 황남동의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 유적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발굴 성과를 공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신라시대 순장된 인물의 뼈다. 5세기 이전 신라시대에 순장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순장자 뼈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O’자로 다리 벌려 묻힌 순장자
무덤이 만들어진 시기는 4세기 말에서 5세기 전반 사이로, 무덤 주인은 당시 신라 최고위층 장수로 추정된다. 국가유산청은 “신라 초기 사용한 문양이 새겨진 금동(金銅)제 관의 일부, 지휘관급 이상이 착용하는 경량화 갑옷, 말 갑옷, 금귀걸이 한 쌍, 큰 칼이 나온 점 등을 고려하면 군사 역할을 수행하며 신분이 매우 높은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무덤에서 나온 장수 치아 상태로 분석한 사망 당시 나이는 30세 전후다.

껴묻거리 칸에서는 순장자 인골이 함께 나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에는 원래 순장 풍습이 있었지만 지증왕(재위 500~514년) 때 금지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실제 인골이 나온 적은 없었다. 뼈가 모두 삭아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무덤 주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순장자는 말 갑옷 위에 묻혔기 때문에 산화된 철과 뼈가 결합하면서 인골이 남을 수 있었다. 다만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성별, 사망 시 나이 등은 제대로 추정할 수 없었다.

순장자의 자세와 묻힌 양식이 특이하다. 대각선으로 누워 팔을 벌리고 다리도 ‘O’자 형태로 벌어져 있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똑바로 누워 묻히기에는 공간이 부족해 이 같은 자세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순장 자체는 예정돼 있었지만 어디에 어떻게 묻을지는 뒤늦게 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간이 부족해 순장자 몸을 껴묻거리 사이에 밀어 넣었다는 얘기다.

유물 중에서는 금동으로 만든 판 조각을 주목할 만하다. 모관(상투에 씌우는 작은 고깔모자 모양 관) 일부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열 국가유산진흥원 팀장은 “이번에 나온 관은 지금까지 경주에서 발견된 신라 금동관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말 갑옷은 신라 고분에서는 두 번째로 발견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당대 중장기병 모습을 드러내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했다.

◇무덤 위에 무덤?…“추가 조사해야”
이번 무덤은 5세기 후반 돌무지 덧널무덤(적석목곽분)인 황남동 120호분을 조사하다가 그 아래에서 발견된 ‘무덤 아래 무덤’이다. 위아래 무덤의 조성 시기는 채 100년도 차이 나지 않는다. 최근 경주에서는 이 같은 무덤 아래 무덤이 대거 발견되고 있다.

신라인이 기존 무덤이 있는 자리 위에 또 무덤을 만든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심현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가 보는 신라시대 무덤은 5세기 후반부터 6세기 전반까지 모습일 뿐 아래에는 그전에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무덤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발굴 조사와 학계 논의가 이뤄져야 이유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이번에 발굴한 유물 일체(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와 황남동 1호 목곽묘 발굴 현장(경주시 황남동 390-1)을 공개할 예정이다. 공개 기간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다.

이와 함께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다음달 1일까지 신라 천문학 상징물인 첨성대에서 우리 천문학의 역사와 신라 문화 이미지 등 선보이는 야간 외벽 영상(미디어 파사드)을 상영한다. 신라 왕경 주요 유적인 ‘경주 구황동 원지 유적’도 같은 날까지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한 ‘빛의 정원’으로 바뀐다. 원지 유적은 7~8세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 연못, 인공 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경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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