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자 A11면 참조

3분기 성장률과 함께 공개된 주요 경제지표에는 심화하고 있는 내부 부진과 증폭되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뚜렷히 드러났다. 가계 소비지출을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가 대표적이다. 9월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매판매는 지난 5월 6.4%를 기록한 뒤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고정자산 투자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월 누적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8월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1~8월(0.5%)에 비해 악화했으며 시장 전망치(0.1%)도 밑돌았다.
장기간 이어지는 부동산 침체 여파로 1~9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하락했고, 사회 인프라 투자도 1.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부동산 시장 둔화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정부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발표된 9월 수출은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했다. 3분기 수출은 9700억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좋았다. 발 빠른 수출 지역 다변화로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지만 자국 내 소비와 투자 부진이 맞물려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가통계국은 3분기 성장률 둔화와 관련해 “특정 국가의 관세 남용이 세계 경제·무역 질서에 영향을 미쳤다”며 “만연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국제 무역 성장의 불안정성·불확실성이 심화했고, 성장을 위한 대외 환경이 복잡해졌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중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일단 정부는 내수 진작보다 첨단기술 투자에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둘 방침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4중전회에서 5년간의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논의한다. 미·중 무역 전쟁,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등으로 내우외환인 상황이지만 이번 5개년 계획에서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자립을 우선순위에 놓고 첨단산업 부문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의 핵심이던 제조업 공급망을 ‘기술 전쟁’ 시대에 맞게 재정비한 만큼 향후 5개년 계획에선 이미 드러난 첨단기술 부문의 취약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10월 대출우대금리(LPR)를 다섯 달째 동결했다. 일반대출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LPR은 연 3%,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은 연 3.5%로 유지했다. 커지고 있는 경기 하방 압력에도 당장은 신중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심화하고 내수 부진 속도가 빨라지면 연말께 통화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워이첸 유나이티드오버시즈은행(UOB)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재개와 지속적인 중국 내 디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인민은행이 올 4분기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자국 디플레이션 압박 수위, 미·중 정상회담 결과 등을 종합해 통화 완화와 부동산 활성화 등 부양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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