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립대나 사립대나 똑같이 움직입니다.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필수 공학을 책임질 곳이 없어요.”장길수 고려대 공과대학장(사진)은 필수 공학이 사라지는 대학 연구 환경의 근본적 원인을 이같이 짚었다. 장 학장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이자 전력시스템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일찍이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의 중요성을 내다보고 학과 내 공감대를 얻어 핵심 기술인 변압기 전문 교원 임용을 세 차례 추진했다. 1990년대 천희영 교수가 퇴임한 이후 명맥이 끊겨서다. 공고를 내고 직접 ‘리크루팅’에도 나섰지만 구할 수 없었다. 고려대는 현재 학부생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전기기기 강의만 유지하고 있다. 장 학장은 “정부와 대학, 기업 모두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트렌드에 맞는 인기 학문에만 집중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장 학장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필수 공학은 국립, 사립 구분 없이 모두 필요하겠지만 기초 학문 보호라는 공적 책임을 지닌 국립대가 앞장서 필수 공학을 보호하고 국가는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사립대는 산업 변화에 맞춰 응용·융합 전공을 강화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학장은 “현재 국내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하는 점은 등록금이 얼마냐는 것뿐”이라며 “비싼 등록금을 내고 사립대에 왔는데 필수 공학 과목을 접하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되면서 고가 시험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점도 필수 공학 인재 양성을 막는 요인”이라고 했다.
장 학장은 “(등록금을) 많이 올릴 수 없는 구조인 만큼 현실적으로 산학 매칭펀드나 국가 장비 공동화 예산을 활용해 공공 연구 인프라를 유지하는 등 민관학이 함께 필수 공학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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