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사진)이 20일 취임 후 첫 메시지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HD현대의 DNA”라며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되자”고 했다.정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책임과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16년 만인 지난 17일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이메일에서 그룹의 사업 부문별 위기를 진단하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조선업은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기계 사업은 미국 관세와 초대형 경쟁 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정유·석유화학 사업도 상반기 유가와 정제 마진 하락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이런 위기가 처음은 아니고, 1972년 울산조선소 기공식 이후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전력을 다해 실행해서 결국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선 사업에선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 차이를 줄여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지정학적 상황을 활용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장도 적극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건설기계 사업과 관련해선 “인도 브라질 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으며, 정유 사업에 대해선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순환·바이오 등 친환경 제품과 윤활유·발전 등 새로운 사업을 계속 발굴하자”고 주문했다. 전력기기 사업에 대해선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권오갑 명예회장에 대해 “정말 어려운 시기를 훌륭하게 이끌어 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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