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 재직자 10명 중 7명은 충분한 보상이 제공된다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략·기획과 연구·개발(R&D) 직군의 초과근무 의지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자들은 유연한 조직 문화와 신속한 의사결정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낮은 급여 수준과 비효율적인 협업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벤처기업협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벤처기업 재직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협회 설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19일부터 26일까지 벤처기업 재직자 21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충분한 보상이 제공된다면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0.4%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략·기획'(81.2%) 및 '연구·개발(R&D)'(80.0%) 직무군에서 초과 근무 의향이 높게 나타났다. 핵심 인력의 업무 몰입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재무·회계' 직무는 62.4%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자율적 열정과 유연성이 무기인 벤처기업의 문화가 획일적인 근로제도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며 "특히 R&D 등 핵심 직무 인력에 대해서는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 재직자들은 조직 문화와 근무 환경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재직 중인 기업의 조직 문화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1.2%에 달했다. 만족 요인으로는 '자율적인 업무 수행 환경'(34.3%)과 '자유로운 소통 환경'(29.1%)을 꼽았다.

근무 환경 만족도 역시 62.6%로 높았다. '적절한 근로시간과 우수한 워라밸'(37.6%)이 주된 이유였다. 대·중견기업 대비 장점으로 꼽힌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40.6%)와도 맥을 같이한다.
전체 재직자 중 55.8%가 유연근무제를 활용 중이며, 38.2%는 유연근무제 중에서 정해진 근로시간 범위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근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질적인 보상 문제와 체계 부족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대·중견기업 대비 단점으로 '미흡한 재정적 보상 및 복지 제도'(30.8%)와 '체계적이지 않은 조직 운영 방식'(28.4%)을 꼽았다.
조직 문화 불만족 요인으로 '비효율적인 협업 및 정보 공유체계'(30.7%)가, 근무 환경 불만족 요인으로 '낮은 급여 수준과 불균형한 보상 체계'(33.5%)가 각각 1순위에 올랐다. 이직 시 가장 고려하는 요인 역시 '연봉 및 보상 수준'(36.1%)이 높았다. 성장에 대한 열의와 별개로 현실적인 보상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란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재직자들은 벤처기업의 이미지로 '혁신적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한다'(47.8%)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재직 기업을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8.5%였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35.9%가 향후 창업 의사가 있다고 답해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