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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경쟁력 ‘기술’ 아닌 ‘학습’에서 나온다[마은성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5-10-27 08:53   수정 2025-10-27 08:54



인공지능(AI)의 확산은 한국 경제의 균형점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전문가 다수는 AI 도입이 생산성과 투자를 끌어올리는 한편,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규모가 커질 수 있지만 근로자들이 일 대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특히 중간 숙련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충격에 대응할 한국의 노동시장 전환 및 재교육 체계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일의 내용과 가치사슬 전반을 재편하는 기술이다. 중간 숙련직은 AI가 대체하거나 효율화하는 업무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고숙련직은 AI와의 결합을 통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경제 전반에서 ‘두 극단’으로 나뉘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다.

이 변화 속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근로자가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하고 전환할 수 있느냐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 전환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고 일하면서 배우는 기회조차 많지 않다. 생계를 이어가기도 벅찬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란 더더욱 힘들다. OEC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학습 참여율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지난 10년간 하락폭도 가장 컸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장시간 근로 중심의 노동 구조, 기업의 낮은 재교육 투자율(고용주 지원 비율 35%, OECD 평균 65%), 그리고 공공 훈련 중심의 협소한 제도 인프라를 지적한다. 결국 낮은 참여율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배우기 어려운 환경의 결과다.

반면 선진국들은 이미 ‘평생학습’을 경제 인프라로 간주한다. 덴마크는 고용 유연성과 함께 국가가 재교육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독일은 학교와 산업 현장을 병행하는 직업훈련체계를 통해 숙련 전환을 지원한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단기 교육을 제공하며 성인 학습을 활성화하고 있다.

한편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보여준 시사는 우리에게 더욱 강한 울림을 준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조엘 모키르(Joel Mokyr), 필리프 아지옹(Philippe Aghion), 피터 하위트(Peter Howitt)에게 돌아갔다. 수상 이유는 ‘혁신 기반 성장’(innovation-driven growth)을 설명한 이들의 연구 덕분이다. 세 학자는 공통적으로 기술혁신이 성장의 원동력이지만 그 혁신이 불러오는 구조 변화를 사회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전환하느냐가 지속 성장의 관건임을 보여줬다. AI 전환 또한 다르지 않다. 기술이 생산성을 높이는 만큼 사회가 그 변화를 흡수할 학습 지원 제도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AI가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스며들면서 한국도 이제 ‘일자리 유지’에서 ‘학습과 전환’ 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AI는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학습의 혁명이다. 기술의 파도는 막을 수 없지만 학습의 속도는 높일 수 있다. 결국 승부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노동력을 얼마나 빠르게 길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는 일자리를 지키는 데서 벗어나 근로자가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짜 위험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변화의 시대에 배우지 않는 사회이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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