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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던 손소독제가 발암 물질?…EU 한마디에 '충격'

입력 2025-10-21 16:37   수정 2025-10-21 16:38



병원과 학교, 가정, 직장 등 일상 곳곳에서 필수품이 된 손소독제가 유럽연합(EU)의 규제 논의로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개인 위생의 중요성이 커지자 손소독제는 감염 예방을 위한 기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EU가 손소독제의 핵심 성분인 에탄올을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산하 유럽화학물질청(ECHA) 실무그룹이 지난 10일 내부 권고안에서 에탄올을 암과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유독성 물질로 지적하고 대체 물질 사용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ECHA 살생물제품 심사위원회(BPC)는 다음 달 24~27일 회의를 열어 에탄올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며, 이후 EU 집행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ECHA는 "전문가 위원회가 에탄올을 발암성으로 판단하면 대체를 권고하겠지만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되거나 대체물이 없으면 일부 용도에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클린 호스피털 네트워크' 소속 알렉산드라 피터스 제네바대 교수는 "병원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의료 관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코올 기반 손소독제를 통한 위생 관리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600만 건의 감염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대체 성분으로는 일반 소독제에 사용되는 이소프로판올이 거론되지만 피터스 교수는 이에 대해 "오히려 독성이 더 강하다"며 "비누로 반복 세정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부가 손상된다. 손소독제가 없다면 간호사들이 수술 중 매시간 30분 이상 손 씻기에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지만, 이는 음주로 인한 체내 노출의 경우다. 손소독제의 에탄올은 피부에 바르는 외용 형태로,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국제비누·세제·청소용품협회(AISDMP) EU 사무국장 니콜 베이니는 "ECHA 검토가 음주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면, 손소독제와 같은 외용 제품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CHA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업계는 에탄올이 유해 물질로 지정될 경우 행정 부담과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피터스 교수는 "에탄올은 거의 모든 원료에서 생산할 수 있어,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손소독제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며 "양조장을 이소프로판올 공장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ECHA 내부 권고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초 진행된 공개 의견수렴에서 약 300건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대부분 반대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에탄올이 유해 물질로 지정되더라도 기업들은 대체물이 없다는 이유로 예외 승인을 신청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베이니 국장은 "예외 허가는 최대 5년 한시적이며, 사례별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비용과 행정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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