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대기업과 근무 여건이 다르다. 일이 몰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편차가 상당하다. 단시간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프로젝트형 업무가 많다 보니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직원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고 보긴 힘들다. 성과가 나면 고연봉과 승진, 스톡옵션 등을 받을 수 있어서다. 자유로운 기업 문화와 화끈한 보상 때문에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인재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위기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은 57만440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줄었다. 창업기업 통계를 처음 낸 2016년 이후 최저치다.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 기반 창업도 감소세다. 상반기 기술 창업기업은 10만8096개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기술 창업이 위축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벤처캐피털이 인공지능(AI) 등 기술력이 검증된 중견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신생 스타트업의 외부 투자 유치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드론, 자율주행 등 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것도 기술 창업의 걸림돌로 꼽힌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노동 규제까지 더해졌다. 해외 경쟁사는 ‘996(9시 출근, 9시 퇴근, 6일 근무)’을 불사하는 상황에서 칼퇴근으로 맞설 수 있겠느냐가 벤처업계의 항변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더 나은 보상을 위해 초과 근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까지 주 52시간제를 강요하는 건 지나치다. 기술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만이라도 주 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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