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높고 파란 하늘 아래 서 있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하지만 요즘 가을은 짧고, 맑은 날도 많지 않다. 경기관광공사가 이런 날씨 속에서도 ‘하늘멍’을 즐길 수 있는 여섯 곳을 추천했다. 숲과 호수, 전망대가 어우러진 곳들로, 어디서든 하늘을 담을 수 있는 명소들이다.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용인 백암면의 자작나무숲이다. 지난해 봄 문을 연 이곳은 20만 평 규모의 정원으로, 은빛 자작나무 사이로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산책로와 포토존이 잘 정비되어 있고, 카페 ‘베툴라’의 루프톱에서는 숲과 하늘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용인 평야 위로 떠다니는 구름의 그림자까지 보인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이다.
용인의 숲을 벗어나 남쪽으로 향하면 안성 금광호수가 있다. 잔잔한 물 위로 하늘빛이 반사되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최근 금광호수 위에 ‘금광호수하늘전망대’가 문을 열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금북정맥 탐방안내소에서 ‘박두진 문학길’을 따라 10여 분 걷다 보면 소나무 숲 사이로 하늘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25m 높이의 원통형 건물로,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금광호수와 정맥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따라 호수의 색이 바뀌고, 하늘빛이 그대로 비쳐 ‘공중 산책’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입장은 무료다.
한적한 호수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가면 팔당호가 있다. 광주시 남종면의 팔당전망대는 팔당호를 감싸는 하늘을 가장 웅장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경기도수자원본부가 운영하는 이 전망대는 수도권 식수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조성됐다. 9층 높이의 건물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팔당댐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공간에서는 팔당호의 역사와 생태를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되고, 아이들을 위한 증강현실 체험존과 트릭아트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설·추석 당일과 1월 1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개방된다.도심 속에서도 맑은 하늘을 즐기고 싶다면 의왕 백운호수가 제격이다. 청계산과 백운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은 사계절 내내 산책객이 끊이지 않는다. 호수 주변의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햇살이 물결 위에서 반짝이고, 곳곳의 카페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최근 들어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며 젊은 층 발길이 부쩍 늘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하기에도 좋고, 혼자서 산책하며 하늘을 바라보기도 좋은 공간이다. 입장은 무료다.
좀 더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포천의 가람누리전망대가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와 하늘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탄강세계지질공원 일대가 360도로 펼쳐지고, 투명 유리 난간 아래로 검은 주상절리와 푸른 하늘빛이 겹쳐진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도 마련되어 있다. 맑은 날에는 멀리 철원 평야까지 시야가 닿는다. 입장은 무료다.
마지막으로 오산 죽미령 전망대는 하늘과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 1950년 7월, 6·25전쟁 당시 미군 스미스특임대와 북한군이 첫 교전을 벌인 장소로, 지금은 평화공원과 함께 역사 관광지로 조성됐다. 정상에 서면 오산 시가지와 남쪽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중앙에는 당시 지휘관 스미스 중령의 동상이 북쪽을 바라본다. 고요한 하늘 아래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소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전망대는 상시 개방된다.
경기관광공사는 이번 ‘하늘멍 명소 6선’을 통해 감성형 여행 콘텐츠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멍 때리기 여행’과 ‘조용한 힐링 코스’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멈추는 여행을 제안했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짧은 가을 속에서도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한다”며 “하늘멍 명소를 중심으로 경기 남부와 북부를 잇는 순환 관광 루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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