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4일 10: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첨단산업기금을 재원으로 산업은행이 운용을 주도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가동을 앞두고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례 없던 조(兆) 단위 정책형 출자 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년 상반기 첫 출자사업을 목표로 주요 증권사·PEF·VC 등 20여 곳과 접촉하며 투자업계 상황과 운용 역량 등을 파악 중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조성하는 150조원 규모의 초대형 정책펀드다. 50조원은 저리대출(융자형), 50조원은 인프라 투자, 나머지 50조원은 지분투자(에쿼티형)에 활용된다. 이중 산업은행이 직접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직접투자)은 약 15조원, PEF·VC 등 민간 운용사들이 간접투자(위탁운용) 형태로 운용하는 자금은 약 35조원 규모로 계획돼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간접투자 35조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 35조원 중 약 7조5000억원을 ‘첨단산업기금’으로 출자하고, 나머지 27조5000억원은 민간 자금을 매칭해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는 올해 12월부터 5년 간 운용된다. 단순 계산할 경우 매년 1조5000억원 가량이 정부 재원이 시장에 도는 셈이다. PEF와 VC 등 운용사들은 이 중 일부를 위탁받아 운용할 ‘GP(위탁운용사)’로 선정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적 출자금은 국민연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어 업계의 기대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민성장펀드의 간접투자 규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출자 사업자인 국민연금이 지난해 계획한 한해 국내 사모투자 GP 출자금(1조5000억원 안팎)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기관 출자자로 꼽히는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5월 블라인드 PEF·VC 블라인드펀드GP에 8520억원 가량을 출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간접투자 부문은 프로젝트 펀드·블라인드 펀드·국민참여형 펀드·초창기 기술투자펀드 등 네 갈래로 구분될 예정이다. 구체적 비중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간의 출자사업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 GP가 선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산은은 국민성장펀드 전담 부문을 신설해 약 50명 규모의 조직을 꾸렸다. 연내에 부문장 인사 후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위탁운용사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대형 PE뿐 아니라 증권사 계열 운용사·VC까지 다양한 비히클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고금리 환경과 투자심리 위축 속에서 수십 조원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조성보다 운용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면 투자 효율이 떨어지고, 기업 밸류에이션만 높아지는 ‘거품형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투자 대상으로 언급한 10대 첨단산업(AI·반도체·바이오·방산·배터리 등)에 자금이 집중되면, 오히려 투자처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VC 대표는 “갑자기 자금을 대폭 늘리면서 몇몇 산업에만 투자하라고 ‘꼬리표’를 달아두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최한종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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