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1주차장 민간투자사업에서 발생한 ‘양치승 전세사기 피해 사건’이 단순한 민간 분쟁이 아닌 행정 방치와 제도 부실이 빚은 인재로 드러났다. 강남구청이 민간사업자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공공시설 운영권을 넘기고, 협약서에서 소상공인 보호조항까지 삭제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유명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양치승씨는 2019년 논현동 공영주차장 복합건물 내 상가에 입점했다. 양씨가 건물 시행사 ‘웰파킹개발’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 해당 시설이 기부채납형의 공공시설이라는 사실을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강남구청은 ‘운영기간 종료’를 이유로 2022년 퇴거명령을 내렸다. 양씨는 3억5000만 원의 보증금과 10억 원이 넘는 시설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폐업했다. 같은 건물 내에서 영업하던 자영업자 15명도 줄줄이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강남구청이 건물 시행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보호조항을 삭제했다는 점이다. 위 의원실이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청의 2002년 최초 실시협약서에는 ‘임대차 계약은 구청과 협의해야 하며, 무상사용 종료와 동시에 임차인 권리가 소멸됨을 명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2003년과 2007년 협약 갱신 과정에서 이 조항은 슬그머니 빠졌다. 그 결과, 임차인들은 공공시설임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수십억원의 피해를 떠안았다.
강남구청이 사업시행자의 재무건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운영권을 넘긴 것도 문제로 꼽힌다. 강남구청은 건물 개발 최초 사업자인 ‘열성종합건설’에서 ‘웰파킹개발’로 운영권이 넘어갈 때 신용·납세·재무 적격성 심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웰파킹의 잔여재산은 불과 2000만 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깡통회사’에 운영권을 넘긴 셈이다. 양씨는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행정기관이 사업자의 재무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태만”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남구청은 뒤늦게 기획재정부에 ‘임차인 사전고지 의무화·보증보험 가입·사업시행자 재무상태 제출 의무화’ 등을 포함한 제도개선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곤 의원은 “이번 사건은 행정이 방관한 전세사기”라며 “사업시행자에 운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소상공인 보호조항을 삭제하고, 재무상태가 부실한 ‘깡통회사’를 검증 없이 승인한 것은 명백한 행정 실패”라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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