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2일 1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SK케미칼의 집단에너지 자회사인 SK멀티유틸리티(SK엠유)와 SK가스의 복합발전 자회사인 울산GPS의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매각 측은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어 거래가 성사되면 최대 1조원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F) 및 인프라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SK엠유와 울산GPS의 소수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SK엠유는 2021년 SK케미칼이 전력·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SK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울산GPS는 초기엔 석탄화력발전소로 출범했지만 SK가스가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가스기반 복합화력발전소로 전환했다. SK가스가 지분 99.48%를 보유 중이다.
매각 측은 두 회사 전체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SK그룹은 두 회사 지분을 각각 최대 49%씩 매각할 계획이다. 주요 후보군으론 글로벌 PEF인 KKR과 맥쿼리자산운용 및 브룩필드와 국내 대형 PEF인 스틱, IMM인베스트먼트, IMM크레딧이 거론된다. 이 분야 투자에 생소한 KB자산운용 등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SK엠유와 울산GPS는 공통적으로 울산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SK엠유는 300메가와트(MW)급 LNG열병합발전소를 보유하고 있고, LNG와 LPG를 모두 사용하는 복합발전소인 울산GPS는 LNG 기준 약 1212MW, LPG 기준 약 1171MW의 설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발전소 인근 울산산업단지 내 에너지기업들에 생산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아직 거래 초반이지만 PEF와 인프라펀드는 물론 연관 분야 투자 경험이 전무한 자산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검토 중이다. SK엠유는 올해 9월 기공식을 열고 연말까지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울산GPS도 지난해말 첫 상업운전을 시작해 본격적인 수익화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원매자들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내에서 PEF의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투자가 주춤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인프라 자산에 유동성이 쏠린 영향이다. 특히 두 회사가 SK그룹이 2029년까지 7조원을 투입해 짓기로 한 울산내 AI데이터센터에 전력공급을 도맡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예상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인프라 투자 열풍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그룹 내 계열사인 SK E&S가 LNG민간발전소를 활용해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룹 내에서 이번 거래도 속도가 붙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 측은 이번 거래에서 콜옵션과 드래그얼롱 등 어떤 투자회수와 관련한 보장도 후보들에게 제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인프라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지금처럼 이어지지 않는다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구조다.
SK E&S와 달리 이번 매각 대상이 막 착공에 돌입하거나 설비가동을 앞둔 자산들이다보니 유동화에 나선 배경을 두고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수십조에서 수백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펀드들까지 가세해 안정적인 국내 인프라 자산을 최우선으로 찾다보니 일단 일부 지분을 매각해 가치를 띄워보자는 의도가 반영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번 투자를 검토 중인 한 관계자는 "아직 가동이 시작되지도 않아 건설 과정에서 일으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채들이 그대로 있는 자산을 또 한번 시장에 내놓는다는게 다소 이례적"이라며 "몸값을 높여서 부채를 제외한 에쿼티 부분 차익을 누리겠다는 의도인데 인프라 붐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도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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