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2일 16: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엑시큐어하이트론의 최대주주가 2년만에 바뀐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엑시큐어 인수 및 신약 개발사 지피씨알와의 협력 등을 계기로 바이오 사업으로 전환을 선언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아직 바이오 사업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주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한때 신사업 기대감으로 치솟았던 주가 역시 다수 투자조합이 전환사채(CB) 거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바이오 신사업 기대감 속 CB 폭탄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보안 시스템 기업 엑시큐어하이트론은 최근 최대주주 변경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엑시큐어하이트론은 그로우스앤밸류15호·16호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8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그로우스앤밸류 투자조합은 모두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가 대표조합원으로 있는 곳들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그로우스앤밸류 측은 보통주 기준 26.4%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그로우스앤밸류14호를 통해 197억원을 투자해 기존에 발행된 엑시큐어하이트론 전환사채(CB)도 인수했다. 현재 발행주식 수 기준 지분 28.1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존 최대주주인 ㈜유수는 보유 지분 절반 가량을 장외에서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예정 대금은 약 62억원으로 지분율은 기존 13.6%에서 7%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로우스앤밸류측의 유상증자까지 이뤄지면 5%대로 더욱 하락한다.
㈜유수는 2023년 7월 당시 회생절차를 밟던 하이트론시스템즈(현 엑시큐어하이트론)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9월에는 신약개발사 지피씨알와 지분 교환 등을 추진했으나 거래소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당시 거래소는 우회상장 가능성을 문제 삼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가능성을 예고했고, 회사는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하이트론이 미국 나스닥 상장사 엑시큐어(Axicure)를 인수하고, 엑시큐어가 국내 바이오기업 지피씨알(GPCR)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넘겨받는 구조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명도 ‘하이트론’에서 ‘엑시큐어하이트론’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재편이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최대주주가 다시 바뀌는 것이다.
지피씨알과의 신약 공동개발 기대감으로 지난해 800원대였던 하이트론 주가는 연말 4000원대로 상승했다. 올해 초까지 3000원을 웃돌았다.
이 사이 과거 발행됐던 전환사채(CB)가 재매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등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창구가 활짝 열렸다. 골든로드투자조합, 위드윈투자조합72호, 리드유니온조합 등 복수의 투자조합이 지피씨알과 지난해 9월부터 기존 투자자가 들고 있던 하이트론 CB와 주식을 대량 인수했다. 이들이 매입한 CB 물량은 당시 하이트론 전체 발행주식 수보다 많은 규모였다.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골든로드투자조합과 리드유니온조합 등은 올해 1월 조합원에 대한 현물출자 또는 펀드 현물환매를 진행했다. 지분이 5% 미만으로 쪼개진 만큼 각 조합원의 정확한 매각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CB 전환가격이 9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엑시큐어와 지피씨알이 진행하고 있는 임상 시험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데다 시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올해 1월 3000원 수준이었던 하이트론 주가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일주일만에 1000원 미만으로 하락했다. 현재 주가는 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그로우스앤밸류 등장에 주주 불안↑
엑시큐어하이트론 주주 사이에서는 새 최대주주로 오르는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에 대한 우려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 회사가 과거 투자했던 여러 기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자동차 부품회사인 CBI는 2021년 1월 최대주주가 그로우스앤밸류13호 투자조합으로 변경된 뒤 사실상 '전환사채(CB) 공장'이란 의혹을 받기도 했다.
CBI는 무자본 M&A 등의 방식으로 대한그린파워(현 DGP),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대한방직, 율호 등을 인수했다. 미국 바이오테크 상장사 키네타와 엑시큐어 등도 잇따라 인수했다.
CBI가 인수한 회사들은 상호 출자 및 CB 발행·인수 등을 통해 자금 거래가 복잡하게 얽혔다. 각 회사의 주가가 각종 M&A 이슈로 급등락하는 과정에서 CB 투자자 등은 적지 않은 이익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엑시큐어를 하이트론에 매각한 실질적 주체 역시 그로우스앤밸류 계열이었다. CBI는 과거 엑시큐어를 인수했다가 자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DGP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고 2대주주로 남아 있었다. 엑시큐어 매각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던 중 하이트론이 새 원매자로 등장했다.
하이트론이 엑시큐어를 인수하자 엑시큐어 주가는 2달러대에서 지난해 말 31달러를 넘는 등 급등했다. 이 시기 CBI와 DGP는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처분해 대규모 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DGP와 CBI USA는 엑시큐어 지분을 각 15.4%, 3.0%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DGP만 지분 7.8%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지피씨알 신약개발 기대감이 CBI·DGP의 투자금 회수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이후 엑시큐어 주가도 엑시큐어하이트론과 마찬가지로 하락해 현재 4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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