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한국에서 3500억달러, 일본에서 5500억달러 투자를 받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이 통상적인 대미 투자와 다르다고 지적하며 이 투자 구조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WSJ는 투자협정(MOU)을 체결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이것이 민간기업 투자가 아니라 한 나라의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에 투자하는 특이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투자마다 대통령이나 그가 지정한 관리자가 선택하고 통제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한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의회의 예산 배정이나 입법 절차 없이 운영되는 사실상 국부펀드”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약속의 규모 자체가 너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간 약속된 돈을 쓴다고 할 경우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 2024년 기준 1조7500억달러)의 6.5%, 일본 GDP의 4.4%를 해마다 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대미투자 실행을 담당할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자산 규모는 350억달러에 불과하다. WSJ는 일본이 MOU를 이행하려면 ‘대차대조표를 폭파’하고 막대한 차입을 해야 한다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조언한 데 대해 “참으로 친절한 제안”이라고 꼬집었다.
WSJ는 자금 조달의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유권자와 의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양국 관료들이 약속을 이행하기 힘들다고 봤다. 그러면서 “차라리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이런 투자 구조는 정치적 부패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고 WSJ는 강조했다. WSJ는 대통령에게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임의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러트닉 장관이 “대통령과 공화당 정치인 친구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투자하라는 엄청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관세조치를 이용해 양국 정부를 갈취하려고 한다며 “민주당 대통령이 이런 일을 했다면 공화당은 부당하다며 청문회를 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만간 트럼프 투자기금도 마땅히 받아야 할 감시(청문회)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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