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904.66
(63.92
1.32%)
코스닥
968.36
(13.77
1.44%)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유통 10년, 산업 DNA 바꾼 게임체인저는

입력 2025-11-07 07:00   수정 2025-11-07 10:17

지난 10년간 유통산업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판매 채널에 불과하던 과거와 달리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제품을 연결시키는 공간이 됐다. 소비자에게 먼저 취향을 제안하기도 하고 특정 경험과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본질이 바뀌었다. 방문객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할 수 있느냐는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혁신을 선도한 기업은 쿠팡, CJ올리브영, 무신사, 당근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각각의 혁신을 통해 유통산업을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무엇을 팔지’보다는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집중한 결과다. 또 다른 공통점은 기존 유통업계의 주류가 아닌 7080세대의 창업자나 CEO였다는 점이다.
◆ 물리적 한계 허문 플랫폼의 시대’
지난 10년간 가장 달라진 점은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김범석 창업자가 만든 쿠팡이 있다. 김범석 의장은 유통업에 IT를 더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물류와 배송을 단순 ‘비용’이 아닌 ‘서비스 경쟁력’으로 바라보면서 유통업의 경쟁 기준을 ‘가격’에서 ‘시간’으로 재정의했다.

2015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서 온라인 매출은 집계되지도 않았다. 온라인쇼핑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오픈마켓 중심으로 사용자가 몰리자 정부는 2016년부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쇼핑몰 등 온라인 기업 13개를 집계에 포함시켰다. 점유율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쿠팡이 속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점유율은 8%였다.

당시 쿠팡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오픈마켓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였다. 기존 유통 강자 신세계, 롯데의 견제에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쿠팡의 조 단위의 물류 투자 발표는 ‘도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은 이때부터 이커머스를 ‘1분 1초의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물류 투자가 선제돼야 하며 고객은 결국 ‘10원, 20원의 가격 차이’보다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쿠팡을 이용할 것이라고 김범석은 확신했다.

고집스러운 IT와 물류에 대한 집착은 2015년 1조원 수준이던 매출을 2020년 13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성장은 더 가팔랐다. 2023년 쿠팡은 유통기업 최초로 매출 30조원을 돌파하며 신세계와 롯데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24년에는 매출 41조원을 넘어섰다. 유통 기업 가운데 40조원을 돌파한 곳은 쿠팡이 처음이다.

김범석 의장은 주문부터 결제, 포장,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관리·통제하는 통합 물류 시스템 ‘풀필먼트’를 완성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를 앞당겼다. 쿠팡은 플랫폼 쇼핑 시대를 열면서 유통의 중심축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겼으며 유통업계가 ‘가격’이 아닌 ‘시간’으로 경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온라인쇼핑의 대중화를 앞당긴 또 다른 인물은 무신사 창업자 조만호 대표이다. 무신사 이전에는 백화점에서 파는 옷이 아니면 대부분 ‘보세’(저렴하거나 브랜드가 없는 옷)로 분류됐다. 조만호 대표는 소규모 브랜드에도 ‘스토리’를 입히며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2010년 초반까지도 한국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웠던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온라인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모인 플랫폼으로 1020 젊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다시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브랜드들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 수는 2016년 2000여 개에서 2020년 5700여 개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현재 2025년 기준으로 입점 브랜드 수는 1만여 개다.

브랜드도 무신사를 최우선 입점 채널로 꼽고 있다.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는 신뢰의 척도가 됐다. 과거에는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현재는 주요 백화점과 대기업들이 무신사 입점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무신사의 성공은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백화점 입점이 어려웠던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과 같은 신생 브랜드들이 무신사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패션 대기업을 떠나거나 처음부터 독립 브랜드를 론칭하는 도전이 늘어났다.
취향·경험’을 새로운 소비 코드로
취향과 경험을 새로운 소비 코드로 만들어내면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꾼 기업도 있다. 구창근 전 대표와 이선정 현 대표 체제에서 크게 성장한 올리브영과 이승재 대표가 창업한 오늘의집이다. 이들은 방문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그 안에서 브랜드와의 접점을 확장했다. 머물며 하는 모든 경험을 소비의 일부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리브영은 1970년대생 대표의 젊은 리더십 아래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회사로 성장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올리브영을 담당한 1973년생 구창근 전 대표와 후임으로 현재 올리브영을 이끄는 1977년생 이선정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선정 대표는 2022년 10월 CEO 인사 당시 그룹 내 최연소 대표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대표로 선임됐다.

이들 대표는 MZ세대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주목했다. 누구나 아는 대형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의 입점을 적극 확대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올리브영은 공급자 중심의 화장품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올리브영 이전의 화장품 시장은 대기업(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중심이었다. 투자 비용, 물류 부담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어려운 신생 브랜드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올리브영은 여기서 기회를 찾았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브랜드가 시장을 이끌던 시대를 끝내고 소비자가 브랜드를 키우는 시대를 열었다. 또 뷰티를 ‘단순한 제품’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자에게는 ‘찾는 재미’를 만들어줬다. 특히 이선정 대표는 올리브영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서 최신 K뷰티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쇼룸으로 공간을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최대 규모의 매장 ‘올리브영N 성수’가 바로 그것이다.

올리브영이 K뷰티 산업 성장을 주도한 비결은 △상품 큐레이션 능력 △신진 브랜드 발굴 기능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가속화 △K뷰티 수출 강화 등이다.

특히 예전에 없던 옴니채널 전략은 고객의 쇼핑 편의를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상품 픽업, 반품 서비스를 이용한다. 매장에 도입한 전자라벨을 활용해 스마트폰 NFC 태그로 올리브영 모바일앱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추가해 매장에서 쇼핑하는 고객들도 상품 상세 정보와 리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모바일앱에서 가까운 매장의 상품 재고나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리스트를 조회할 수도 있다.

이승재 대표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을 통해 소비자를 단순한 구매자가 아닌 ‘콘텐츠 생산자’이자 ‘참여형 이용자’로 만들었다. 인테리어를 콘텐츠화하며 ‘집 꾸미기’라는 취향을 소비의 출발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의집은 누구나 자신의 집 사진을 올리고 제품·브랜드를 태그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커뮤니티로 시작됐다. 다른 이용자의 공간을 구경하며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찾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오늘의집은 전문가와 업체 중심의 인테리어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었다. 오늘의집 이전까지 집을 꾸미는 일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통했다. 견적 비교나 제품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운 탓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의집이 인기를 얻으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개선됐고 쉽게 비교·탐색·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인테리어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네이버 카페, 블로그 등을 각각 검색해야 했지만 오늘의집에서는 정보 검색부터 구매, 시공까지 원스텝으로 가능하다. 개인의 취향이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만들어냈다.
◆ “당근이세요?” 음지 문화를 양지로
김용현 대표가 2015년 창업한 당근(옛 당근마켓)은 ‘불신의 상징’이었던 P2P(개인 간 거래) 중고거래를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까지 중고거래는 ‘싸지만 위험하다’는 인식이 컸다. 댓글·쪽지 등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특성상 상대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고 허위 매물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도 많았다.

김 대표는 이 문제에 집중, ‘직거래’라는 새로운 중고거래 문화를 정착시켰다. 중고거래의 고질적 문제를 없애기 위한 결정이었다. GPS 인증을 기반으로 일정 범위 안에서만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해 신뢰를 더했다. 그 결과 당근은 전국 6577개 지역에서 43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대표 플랫폼’이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생활 밀착형 로컬 비즈니스를 더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 서비스도 대중화시켰다. ‘동네’에서 시작된 당근의 혁신은 유통과 커뮤니티의 경계를 넘어 지역 기반 생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용자는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소모임, 소상공인 정보 탐색, 지역 서비스 이용 등을 모두 당근에서 해결할 수 있다. 당근이 2023년 리브랜딩을 통해 ‘마켓’이라는 단어를 뗀 것도 단순 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 모임, 비즈니스, 구인구직, 부동산 등 ‘로컬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