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한경머니는 부동산 전문가 3인과 함께 부동산 시장과 정책 방향을 종합 점검했다. 지난 10월 15일 열린 ‘머니토크’ 좌담회에는 박지환 AFW자산운용 대표, 이동현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 수석전문위원, 홍성혁 마스턴투자운용 대표(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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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강남과 비강남 등 지역별 양극화가 뚜렷하고, 단기적 규제만으로는 시장 안정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과 충분한 양질의 공급, 민간과 공공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재 부동산 시장을 진단해 달라.
이동현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 수석전문위원(이하 이 위원) “부동산 시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서 윤석열 정부 초기로 넘어가던 시점부터 침체기에 들어섰다.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로 인해 시장 전반이 위축됐다. 먼저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를 겪었고, 이어 주거용 부동산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수요를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강남이나 마용성 등 한강변, 준강남권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체가 상승하는 국면이 아니라, 일부 지역과 상품에만 수요가 쏠리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다.”

홍성혁 마스턴투자운용 대표(이하 홍 대표) “부동산 금융 시장은 기본적으로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로, 상승기(업턴)와 하락기(다운턴)가 반복되며 각각의 국면에 맞는 투자 기회와 수익률 조정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시장이 하락하면 가격 조정으로 수익률이 맞춰지고, 반대로 회복기에는 가격 상승으로 균형이 유지된다. 다만, 현재 시장은 과거와 달리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행동 양식을 바꾸며 상업용 부동산에 큰 충격을 주었다. 리테일은 수요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해외에서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졌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교역과 물류 차질, 원자재 수급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됐다. 여기에 미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중앙은행(Fed)과 행정부 간의 시각 차이, 그리고 금리 결정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복합적 불확실성속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박지환 AFW자산운용 대표(이하 박 대표) “현재 주택 시장은 극단적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가 주택은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거나 하락하지 않고, 반면 지방이나 비선호 지역의 집값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서울, 특히 강남과 한강변 등 핵심 지역의 주택은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경우, 부동산은 자연스럽게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은 규모가 크고 레버리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가장 유리한 투자처가 된다. 주택 시장은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움직이지만, 최근 정부 정책은 주로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 수도권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의 불균형이 있는데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금리 동결이 타당한가.
홍 대표 “현재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기축통화인 달러와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미국이 하반기에도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도 금리 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이 부담이다. 환율이 10% 상승하면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섣불리 인하하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다. 금리 논의가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금리 정책은 부동산뿐 아니라 기업 투자, 자금조달,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변수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경제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 위원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정부 대책에도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반면 지방 부동산은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정책이 강남 부동산 억제에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강남 부자들은 대출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구매를 막기 어렵다. 결국 부동산 문제는 공급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과거 MB 정부 시절 강남 집값이 잡혔던 것은 당시 대규모 공급(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이 자연스럽게 안정화되면서다. 집값 안정화의 핵심은 충분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금리나 대출 규제와 같은 단기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기조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는 필요해 보인다. 단순한 금리 조정보다 공급이나 구조적 대책이 병행돼야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
홍 대표 “민간과 공공의 역할이 달라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장기적·안정적 계획으로 주택 공급과 시장 안정화를 책임져야 하며, 단기적 개입보다는 5~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민간은 규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투자와 공급 조절을 통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하고 각자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을 담당하도록 설계될 때 시장 안정화가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 공급 측면에서 장기적·수급적 관점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위원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요구되고 있지만, 실제 필요한 곳이 아닌 지방 외곽 등 수요가 적은 지역에 공급이 집중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 경우 일부 건설사와 시행사는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서울 도심이나 강남 등 수요가 확실한 지역에 공급할 경우, 거의 실패 사례가 없다. 공공주택은 서민을 위한 공공성 측면에서 지속 공급이 필요하지만, 민간 공급도 수요가 있는 핵심 지역 중심으로 이뤄져야 시장 안정화와 장기적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공급을 늘리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주저한다면 5~10년 단위의 장기 대책은 아무도 못 세울 것이다.”
- 부동산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면, 상업용 부동산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나.
홍 대표 “민간 측에서 주거용 임대주택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정권마다 정책과 규제가 바뀌는 것이 어려움이다. 예를 들어, 과거 임대사업자 제도가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하는 등 정책 일관성이 부족해 장기적인 투자와 운영 계획 수립에 장애가 생기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조치로, 임대주택 매매 및 운영 시 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제한하고 예외 조항도 일부 신규 주택이나 공익 주체에만 적용되면서, 민간 법인 사업자들은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러한 제도적 제약은 민간에서 안정적이고 질 높은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제한한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선 ‘임대주택 사업을 하지 말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 멀티패밀리 레지던스란 무엇인가.
홍 대표 “여러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다가구 주택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공동 임대주택 형태로 운영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임대주택으로 사업성을 내는 사례가 드물다. 국내 임대료 수준과 주택·오피스텔 가격이 타깃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층 등은 시드머니가 부족해 100% 전세 거주가 어렵다. 전세 보증금이 낮고 월세로 사는 형태가 많다. 민간 사업자들이 새로운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전세 사기가 많은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운영사가 공급을 확장하면 양질의 주거 문화가 공급되는 셈이다. 독일은 임대주택 정책을 장기간(30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크게 싱가포르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과 민간이 공급하는 리조트로 역할을 분담한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을 믿고 주거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과거 레고랜드 사건을 계기로 한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크게 위축됐는데.
박 대표 “레버랜드 사태는 국가 기관의 디폴트 선언으로 인해 한국 전체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대규모 손실과 자금 경색이 발생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PF 시장과 개발 업계 전반에 자금 공급 문제가 장기화됐고, 시장 회복이 지연됐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책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적·단편적 대책이 반복되면 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민간의 역할이 축소돼 장기적 안정화가 어렵다. 더 좋은 정책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 현재는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역할 자체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오고 있다.”
- 단기 땜질식 대책이 아쉽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이 위원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다. 새 정부 들어 처음 발표한 6·27 대책은 대출 규제 중심의 강력한 조치였지만, 강남 등 핵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이후 9·7 대책이 나왔으나 시장은 제한적이었고, 이번에 다시 10·15 추가 대책이 나왔다.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고, 규제 지역을 확대해 주택 구매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수요 억제 중심의 초단기 처방에 해당한다.”
- 서울을 제외한 지방은 금리 하락과 경기 회복 기대에 따라 어느 정도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나.
이 위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특히 지방 아파트는 이미 공급 과잉이 누적돼 있어, 단기적 조치만으로 해결되기 힘들다. 과거 서울 집값 상승과 저금리 환경 속에서 자산가들은 서울의 아파트를 샀다면, 일반 중소 투자자들이 서울 대신 지방으로 몰리면서 단기적인 투기 수요가 발생했다. 자연스럽게 지방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투기 붐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일부 건설사들이 공급을 쏟아내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지방 아파트 시장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일반 중소 투자자들이 대출 부담으로 지방 부동산부터 매각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이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홍 대표 “저희는 상업용 부동산을 수익률 관점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시장이 단기적으로 안 좋아지거나 좋아져도 투자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시장 전체가 다운 사이드로 가면 거래량이 줄고 투자 심리가 위축돼, 양질의 상품을 충분히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 내년도 주식과 부동산 중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겠나.
박 대표 “정책 방향을 보면, 현 정부는 주식 시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부동산은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좋은 자산은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 주택은 지역별로, 상업용은 데이터센터 등 특정 섹터별로 나뉘어 기회가 존재한다. 전세보다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 다만, 6·27, 9·7 등 계속 나오는 부동산 대책이 정책적으로 부동산보다 주식 시장 쪽에 영향을 더 줄 수 있다고 본다.”
-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면 기업 투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8%인 상황에서 부동산 자금이 빠지고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억제돼 경제 전반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이 위원 “부동산 경기는 과거 정부에서도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바 있다. 건설·부동산 활성화는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 안정적이고 꾸준한 우상향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급등을 하는 상황에선 반대편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부분은 정부가 필요에 따라 조치를 통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마디씩 부탁한다
이 위원 “단기적 시장 요동에만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5~10년을 내다보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단기 공급 대책이나 규제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반복적인 가격 변동을 막기 어렵다. 또한 단기 규제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맞는 정책 설계와 금융 지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집 한 채 없는 실수요자가 대출을 활용하지 못하면 주거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규제와 금융 지원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박 대표 “세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째, 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시장이 장기적으로 신뢰하고 움직일 수 있다. 둘째, 국토부, 금융위, 기재부 등 관련 부처가 정책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야 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셋째, 현재 공급 대책이 공공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어 한계가 있으므로, 공급 부분에서 민간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다. 6·27 대책에 이은 9·7 대책이 공급 대책이었지만, 사실상 공공에 치중돼 있는 대책으로 시장에 안정감을 주는 못했다. 민간 부분을 열어주면, 공급에도 좀 더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다.”
홍 대표 “부동산 금융은 전통 금융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그러나 부동산과 연계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국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을 단순히 주거 안정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까지 고려한 전략적 정책 설계가 이뤄지면 좋겠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정리 이현주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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