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의사와 한의사 사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의사 단체는 "의료 체계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한편, 한의사 단체는 "직역 이기주의"라며 맞서고 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자나 관리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경우에는 안전관리책임자가 되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한의사가 직접 개설한 의료기관은 한의사도 안전관리책임자가 돼 X-ray 등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입법예고 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전날,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4만건을 넘어섰다. 공개된 의견 가운데 제목에 '찬성' 또는 '반대'가 포함된 의견만 단순 비교하면 찬성은 약 1만4000건, 반대는 약 1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각각 전 회원을 대상으로 반대·찬성 의견 제출을 독려하는 공지를 발송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의견 게시판에는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자신을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나조차 어깨 X-ray 외의 영상은 직접 판독하지 않고 전문의에게 의뢰한다"며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의대에 다시 입학해 의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의사라고 밝힌 또 다른 작성자는 "한의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근골격계 질환 환자"라며 "현행 제도상 한의원에 X-ray를 설치할 수 없어, 환자가 양방의원에서 촬영 후 다시 한의원으로 돌아오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한의사의 X-ray 사용은 합법이며, 기소 자체가 부당했다는 것이 법원 최종 판결의 사실"이라며 "양의계와 친양방을 자처하는 단체가 허무맹랑한 궤변과 근거 없는 악의적 폄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지난 16일 긴급 대책 간담회를 열고 "한의사의 X-ray 사용을 제도적으로 합법화하려는 위험천만하고 비상식적인 발상"이라며 "X-ray는 고도의 전문성과 해부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료장비로, 비전문가의 사용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날 경기도 부천시 서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연다. 25일엔 긴급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논의한다.
한편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은 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보건소로부터 고발당해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을 받은 한의사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의료법 제37조 제2항의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자격 기준'은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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