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1위 제약사 다케다가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의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도입한다. 거래 규모만 최대 16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협업이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본 제약사들의 기술 사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다케다는 이노벤트의 비소세포폐암·대장암 치료제 'IBI363'과 위암·췌장암 치료제 'IBI343' 등 ADC 2개를 공동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직 적응증이 공개되지 않은 초기 단계 후보물질 'IBI3001'의 개발에도 다케다가 참여하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위해 다케다는 이노벤트에 1억달러 투자를 포함해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선급금으로 지급한다. IBI3001의 개발까지 성공해 세 개 신약 후보물질을 모두 상업화하는 데 성공하면 이노벤트는 최대 114억 달러를 받게 된다. 일본 제약사가 중국 기업과 맺은 계약 중엔 역대 최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IBI363은 PD-1과 IL-2를 표적으로 삼은 첫 이중특이 항체 융합 단백질로 개발하고 있다. IBI343은 클라우딘 Claudin 18.2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ADC다.
이들 신약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 다케다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다케다는 신약 후보물질 개발 비용의 60%를 부담하고 추후 상업화하면 수익의 60%를 가져가게 된다.
다케다는 미국에서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티비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의 특허 만료는 2032년께다. 후속 바이오시밀러 등이 출시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다케다는 '특허 절벽'을 피하기 위해 새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노벤트와 협업해 신약이 개발되면 2030년께부터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티비오 특허 만료에도 급격한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이번 거래가 일본과 중국 간 바이오 파트너십의 새 장이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다케다, 오츠카, 에자이 등 일본 제약사들은 중국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의 바이오·제약 산업이 첨단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이런 흐름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중국 헛치메드 상하이 연구소에서 2018년 개발한 대장암 치료제 '프루퀸티닙'의 세계 판매권을 2023년 다케다가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프루퀸티닙은 이후 일본과 미국 등에서 대표적인 대장암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센터는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간소화된 의약품 승인 절차는 높은 수익 잠재력과 활발한 시장 진출 솔루션을 찾는 일본 기업에게 중국을 점점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제약사와 중국 바이오기업 간 협업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2023년 5월 일본 에자이는 중국 블리스바이오와 유방암 치료 등을 위한 ADC 후보물질 'BB-1701'에 대한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0억 달러에 이른다.
센터는 "중국과 일본의 국경 간 바이오 파트너십은 새 시장에 대한 접근을 열고, 비용과 위험의 부담을 분담하며 인재와 기술의 중요한 교류를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중국의 바이오 허브, 제조 역량, 혁신 역량이 일본의 품질 관리, 연구개발(R&D) 역량과 어우러져 바이오제약 파이프라인을 위한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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