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사까지 업권 구분 없이 모든 금융사가 경쟁하는 보기 드문 시장입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된 뒤로는 퇴직연금에 발을 들여놓은 국내 41개 금융사 간에 고객 끌어오기 무한경쟁이 불꽃을 튀고 있습니다. 일단 먼저 웃은 쪽은 증권사들입니다. 퇴직연금 자산 운용의 핵심 상품이 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편의성을 주무기로 ‘머니무브’의 승자가 됐습니다.
경쟁이 과열되자 수익률을 앞세운 마케팅도 등장합니다. 확정기여(DC)형 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 1위임을 내세우는 것입니다. 이런 마케팅에는 허점이 있습니다. 산출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뿐만 아니라, 수익률 수치 자체도 해당 금융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가입자들이 자기 책임하에 투자해 각자 거둔 수익률의 평균값일 뿐 그 금융사의 ‘실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수익률만 보고 무작정 퇴직연금사업자를 선택하면 후회하기 십상이라는 뜻입니다.
턱없이 낮은 수익률은 자주 지적돼 온 퇴직연금의 난제입니다. 최근 5년 평균수익률이 2%대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입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저조한 수익률’을 꼽습니다.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2%대인 반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평균 4% 중반이 넘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기존 퇴직금 제도 대신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4% 수익률이 확보되던 것을 버리고 개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2% 수익률밖에 안 되는 제도를 선택하는 셈이라는 따가운 지적이 이어집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의 해법은 ‘기금화’입니다. 퇴직연금 계좌의 자금 운용을 지금처럼 가입자 개인의 자기 책임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 형태로 모아 전문적인 운용에 맡긴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러한 기금을 여럿 두면 기금 간의 수익률 경쟁이 벌어져 기대 효과는 배가 됩니다. 기금화는 퇴직연금사업자들의 미래 시장이자 진정한 실력을 겨루는 진검승부의 기회가 될 수있습니다.
한경머니는 퇴직연금 데이터 전문 기업 한국퇴직연금데이터와 손잡고 ‘베스트 퇴직연금 어워즈’를 시작합니다. 41개 퇴직연금사업자의 경쟁력을 13개 평가 항목의 잣대로 들여다봅니다. 가입자들의 자기 책임인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을 평가에서 제외한 반면, 디폴트옵션 수익률과 가입자 만족도 서베이에 높은 가중치를 준 것이 특징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될지 미리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장승규 한경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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