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4일 14: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가 해상 풍력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매각을 보류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기조에 맞춰 각종 비핵심 자회사와 자산를 정리하던 에코플랜트가 오션플랜트 매각을 주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디오션자산운용을 SK오션플랜트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우협 MOU 기한을 연기했다. 당초 지난달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는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의 심경 변화에는 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오션자산운용과의 협상이 본격화된 지난 7월 SK오션플랜트 주가는 1만9000~2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됐다. 디오션 측은 시가를 기준으로 SK에코플랜트 지분(36.98%)에 대해 약 4000억~4500억원 수준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우협 선정이 공식화된 9월 초부터 주가는 2만4000원을 넘어섰고, 2만원대 후반~3만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이달부터는 다소 하락했지만 그럼에도 2만원 초중반대를 보이고 있다. 전날(10월23일) 종가인 2만2350원을 기준으로 하면 SK에코플랜트의 지분가치는 5500억원 안팎으로, 디오션 측이 제시한 4000억원대 인수가보다 1000억원 이상 높아진 셈이다. 두 달 사이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격차가 벌어지면서, SK에코플랜트 내부에서 매각 결정을 신중히 재검토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디오션자산운용의 인수 적격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디오션자산운용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측근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곳으로, 지난해 3월 출범한 신생 운용사다. 트랙레코드가 충분치 않은 데다 STX가 과거 유동성 위기를 겪은 전례까지 겹치며, 인수자로서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장사인 SK오션플랜트의 특성상 주주 반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가 반드시 오션플랜트를 반드시 팔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회사는 지난 7월 미국 수소연료 회사 블룸에너지 지분을 일부 엑시트하면서 3800억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고, SK에어플러스(산업가스·탄소사업부 자산) 유동화를 통해 약 1조30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와함께 1조7000억원에 환경자회사를 KKR에 매각하면서 재원이 충분한 상황이다. 여기에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구축공사 등 캡티브(계열사 공사) 영업 대금도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2027년 11월 완공되는 용인 클러스터 1기 팹 구축공사는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을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도급액만 4조5000억원 이상이다.
이에 힘입어 SK에코플랜트의 본업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회사의 상반기 연결 매출은 5조7992억원, 영업이익은 209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5.9%, 65.9% 증가했다. 반도체 플랜트 등 하이테크 사업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체력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굳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SK오션플랜트를 팔 이유가 줄었다”고 분석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