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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향 스며든 숲속 라운드…아오모리서 마주한 느림의 미학

입력 2025-10-23 16:33   수정 2025-10-24 02:06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 이름 그대로 ‘푸른 숲(靑森)’의 고장이다. 해발 1580m 핫코다산에서 시작된 산림이 평야를 가로질러 동해와 태평양에 닿는다. 공항을 나서면 도로 양옆으로 사과 과수원이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가로수가 된 사과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달리는 길. 창문을 조금 열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의 싱그러운 향이 코 끝을 스친다. 이곳에서는 이동조차 여행의 일부다.
숲과 바람이 만든 천연의 코스

아오모리는 일본에서 청정지역으로 꽤 유명한 곳이다. 홋카이도와 비슷한 위도에 자리해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진하게 뿜어낸다. 봄엔 아름다운 벚꽃을 즐길 수 있고 여름엔 네부타축제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특색있는 축제가 열린다. 가을에는 산이나 계곡의 단풍으로 한층 더 아름답다. 눈이 성인 키 높이만큼 쌓이는 겨울에는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홋카이도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한적한 환경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골프를 즐기길 원하는 한국 골퍼들이 아오모리를 찾아낸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위도가 높고, 핫코다산 고원 지대에 자리잡은 골프장이 많아 여름에도 선선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폭신한 양탄자 같은 감촉을 선사하는 양잔디(벤트그라스, 켄터키 블루 그라스)를 페어웨이에 깐 골프장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이 지역 골프장은 11월 중순부터 문을 닫는다. 하지만 그 눈 덕분에 잔디는 다음 시즌을 위한 겨울잠을 잔다. 아오모리에서 만난 한 골프장 관계자는 ‘겨울에 영업하지 못해 타격이 크겠다’는 질문에 “오히려 눈이 코스를 지켜주는 셈”이라고 했다. 여름철이면 네부타축제로 숙소 예약이 쉽지 않지만 낮에는 골프, 밤에는 축제로 이어지는 일정이 이 도시의 매력이다.
고원 위의 라운드 그리고 온천으로 마무리
다채로운 매력의 코스들은 골퍼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공항에서 20분 거리의 아오모리CC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회원제 골프장이다. 공항에서 가까운 덕에 낮 12시께 아오모리에 도착한 한국 골퍼들이 첫 라운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탁 트인 평지 코스에 정성스레 관리된 조경, 촘촘한 양잔디로 밀도 높게 관리된 페어웨이는 이른 아침 출발한 여행자의 피로를 날려준다.

아오모리 로열GC는 해발 700m 고원에 자리해 한여름에도 30도를 넘지 않는다. 홀마다 시야가 탁 트여 있지만 여섯 개 연못이 교묘하게 배치돼 공략이 쉽지 않다. 티박스에 서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뒤로는 이와키산 봉우리가 겹겹이 펼쳐진다. 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장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아오모리와이너리호텔(로열호텔)의 오와니온천으로 향한다. 800년 역사를 지닌 지역 온천으로, 미지근한 온수에 몸을 담그면 라운드로 긴장한 근육이 부드럽게 풀린다.

핫코다산을 배경으로 두르고 있는 도와다코 고원GC는 이른 아침이면 코스에 안개가 내려앉는다. 구름 속을 산책하는 듯 라운드를 하다 보면 곳곳에 섞여 있는 단풍나무가 빚어내는 풍부한 색감에 몇 번이나 감탄하게 된다.

가을의 쓰가루 고원 골프장은 이름 그대로 숲속 코스다. 붉은 단풍잎이 페어웨이에 내려앉고, 클럽이 잎사귀를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와키산이 정면으로 서 있어 방향 감각을 잡기 좋지만, 낙엽이 많은 날엔 공이 숨어버리기 일쑤다. 이와키산 경사면에 자리한 아오모리 스프링GC는 도전적인 산악코스로 구성돼 있다.

낙엽송 5000여 그루가 있는 비와노다이GC는 바람에 따라 코스 전체에 황금빛 물결이 친다. 프로들을 위한 블랙티부터 여성, 여성시니어 등을 위한 6개의 티잉 구역은 다양한 골퍼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페어웨이는 짧고 완만하지만 연못과 벙커가 곳곳에 숨어 있어 방심하면 스코어를 잃기 쉽다.
사과 향기와 느리게 걷는 여행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에도 아오모리는 남다른 정취를 제공한다. 공항에서 골프장까지 가는 1시간 남짓의 도로는 사과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과가 익어가는 9~10월이면 가지마다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다. “이 길을 달리면 계절이 바뀌는 게 보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창밖의 풍경이 하나의 화보처럼 지나간다.

일본 사과의 60%가량을 생산한다는 아오모리의 자부심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미나미다온천 호텔 애플랜드는 사과를 가득 채운 온천탕으로 한국 관광객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 ‘미인탕’이라는 호텔 관계자의 설명에 조금 더 정성껏 온천욕을 즐겼다. 온천을 마치고 나와 로비에 비치된 사과주를 한 모금 마시면 단맛과 산미가 동시에 퍼진다.

히로사키 애플 파크에서는 직접 사과를 따고, 갓 구운 사과파이와 사과 카레를 맛볼 수 있다. 공항 면세점에서도 이 지역 특산 사과 와인을 살 수 있다.

아오모리의 골프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자연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걷게 만든다. 여름엔 피서,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으로 덮인 코스를 준비하는 시간. 바다와 숲, 사과와 온천이 이 도시의 골프를 완성한다. 트렁크에는 사과파이 한 상자가, 마음에는 단풍 라운드의 여운이 남았다. 돌아올 봄, 화려한 벚꽃으로 가득할 아오모리의 골프코스는 또 어떤 매력일까. ‘다음에 또’를 기약하며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아오모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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