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주당 최고 100시간씩 일하는 극단적 근무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계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메타, 오픈AI, 앤스로픽 등 실리콘밸리 주요 AI 기업 핵심 개발자들은 거의 전원 출근 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xAI,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메타 등은 초거대 모델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인재·연산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상태여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미국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WSJ은 "실리콘밸리 주요 AI 연구소들에선 최고 연구원들과 임원들이 주당 80~100시간씩 일하고 있다. 여러 최고 연구원들은 이러한 상황을 전쟁에 비유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회사는 주말에도 식사를 제공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캡틴을 지정해 모델 개발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일대 레스토랑 포장 주문 데이터는 토요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AI 스타트업 직원들이 주말에도 근무하기 때문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채용 계약서에 주 80시간 이상 근무 조건을 아예 못박았다. 구글 딥마인드의 마다비 세왁 연구원은 "모두가 항상 일하고 있다. 멈출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에도 실험을 반복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높은 업무강도에 대한 비판 및 우려 목소리가 나오지만, 연구자들은 오히려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배츠슨은 "우리가 모델을 이해하는 속도가 변화 속도보다 빨라야 한다. 그 벽을 넘는 게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새롭게 변화한 실리콘밸리의 근무 행태는 과거 중국 IT 업계가 초과노동 논란을 빚었던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문화를 연상시킨다. 최근 미국 AI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중국의 고강도 근무 환경이 경쟁력의 상징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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