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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도 겪었을 저출생 문제…범인은 우리 사회"

입력 2025-10-23 17:22   수정 2025-10-23 23:44

인류 역사는 약 500만 년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의 인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고인류학자 눈에는 세상만사가 남다르게 보일 듯하다. 한국 최초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게도, 호모사피엔스에게도 가장 큰 고민은 생존”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낸 첫 에세이집 <사소한 인류>(김영사)에서 소수자로서 생존기, 고인류학자로서 통찰 등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소수민족 여성이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었다. 한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그는 부담스러운 마음에 뒷걸음질 쳤는데, 그런 모습을 아쉬워하는 이메일을 받았던 때다. 이 교수는 “앞에 선 소수자에게는 앞으로 나서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을 핑계 삼는 건 책임 회피, 뒤로 조용히 물러나는 태도는 오히려 사치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아시아인 여성으로는 학교 최초로 학과장과 부학장을 맡았고, 교수의회 의장으로 당선됐다. 이 교수는 아시아인과 여성은 겸손이라는 이름의 자기검열이 강한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50만큼 성취해도 성과가 100이라고 포장하는 경우가 흔해서 100을 이뤄놓고도 겸손하게 70만 내세웠다간 절반인 35만 해낸 것으로 평가절하된다”고 했다. 성격을 바꾸는 게 쉽진 않지만 그럴 때마다 ‘이뤄낼 때까지는 그런 척하라(Fake it till you make it)’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고 했다.

인류의 장대한 역사 앞에서 한 인간의 삶은 2주를 사는 초파리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이 맥락에서 이 교수는 “인류가 걸어온 길을 공부하다 보면 당연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는 불변하는 자연의 이치, 인간의 본능이 있으니 이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흔하다. 모성과 출산이 본능, 자연의 섭리라고 포장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도 저출생과 같은 인구 구조 변화 때문에 멸종했을 거라는 가설이 있을 만큼 저출생은 과거에도 있었을 법한 현상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발생한 결과”라고 했다. 한국의 저출생을 초래한 범인은 출산과 육아에 부적합한 환경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라는 뜻이다. 그는 육아에 헌신적인 배우자를 두고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복귀했는데도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경력이 6~7년 뒤처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다양한 형태의 본능이 있는데 그 중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억지 주장이기 때문에 자연의 이치라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본능이라는 명분 아래 나오는 모든 말과 행동을 용인하면 혐오가 만연한 황폐한 사회가 된다”며 “사회적 규범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던 중 미국 유학 기회가 생겼고, 고인류학에 매력을 느껴 ‘어쩌다 보니’ 한국 최초의 고인류학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이 최선인지 합리적 의심을 해보는 것, 이게 고인류학이 내게 준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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