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대형 석유회사 2곳을 제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번째 러시아 제재다.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시기를 앞당기며 압박에 가세했다.
미국 재무부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 대상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든 법인은 자산이 동결된다. 미국 기업, 개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재무부는 “이번 제재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압박을 강화하고, 전쟁 자금 조달과 경제 지탱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엄청난 규모”라고 표현했다. 로스네프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생산 업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량의 절반가량이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서 나온다. 석유·에너지산업에 대한 수익은 러시아 연방정부 예산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넘게 지속되는데도 평화 협상에 진전이 없자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주요 7개국(G7)은 유가 상한제 등으로 러시아 정부의 석유 수익을 제한하면서도 석유 수출 흐름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 때인 지난 1월에도 가스프롬과 수르구트네프테가스를 제재했지만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은 제외했다. 세계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헝가리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미·러 정상회담은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이르지 못할 것 같았다”며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EU 27개국은 이날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익 차단을 핵심으로 한 19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산 LNG 수입 금지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2027년 1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대서양 양쪽에서 러시아에 집단적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관련뉴스






